
밴쿠버 다운타운 이스트사이드(DTES)에 168세대 어포더블 주택과 80석 노숙인 쉘터를 한 건물에 결합한 16층짜리 ‘Ho’-kee-melh Kloshe Lum’이 정식 개관했습니다. BC Housing이 주도하고 연방·시·원주민 단체가 공동 출자한 이 사업은 18년에 걸친 개발 과정을 거쳐 어포더블·서포티브·시장가 임대·쉘터를 하나의 빌딩에 통합한 캐나다 보기 드문 인디지너스 주도 모델입니다.
다운타운 이스트사이드는 캐나다 최대의 노숙·약물 위기 지역으로 꼽힙니다. 시는 2024년 같은 부지를 다운타운 이스트사이드 약물 응급 대응 강화 목적의 임시 소방서 후보로 검토할 만큼 인근 응급 수요가 폭증한 상태였습니다. 이번 사업은 그런 위기 한가운데에서 노숙인 쉘터와 영구 주거를 한 건물 안에 결합한 통합형 모델로, 단순 임시 수용이 아닌 장기 정착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부지는 1015 East Hastings St. — Glen Drive와 East Hastings 교차로 북서쪽 모퉁이, 동쪽으로 캐나다 내셔널 철도 위 East Hastings 비아덕트와 인접한 자리입니다. 바로 옆에는 Wall Financial이 2018년에 준공한 컨테이너 모티프의 Strathcona Village가 있어 항만 도시 정체성을 살린 도시 조직이 이미 형성돼 있습니다.
168세대 어포더블 + 80석 쉘터 결합 구조

Ho’-kee-melh Kloshe Lum은 총 168세대의 어포더블 주택과 80개 노숙인 쉘터 침상을 한 건물 안에 담았습니다. 어포더블 주택은 ①서포티브 25세대, ②소셜 87세대, ③시장가 임대 56세대로 세분돼 소득 구간별 수요를 고르게 흡수하는 구조입니다. 쉘터 80석은 Vancouver Aboriginal Friendship Centre Society(VAFCS)가 기존에 운영하던 시설을 신축 건물로 이전·확장한 형태입니다.
같은 빌딩에 임시 쉘터와 영구 주거를 결합한 사례는 캐나다 안에서도 흔치 않습니다. 쉘터 거주자가 같은 건물 안에서 서포티브 또는 소셜 유닛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동선이 설계돼, 거리에서 영구 주거로 가는 단계 사이의 단절을 줄이는 시도입니다. 시장가 임대 56세대를 함께 배치해 단지 자체가 사회·경제적으로 분리되지 않도록 한 점도 특징입니다.
총 16층 규모는 인근 Strathcona Village와 비슷한 스카이라인을 형성하며, 다운타운 코어와 항만 사이의 도시 조직을 메우는 역할을 맡습니다.
1억 달러대 다층 재원, 18년의 개발 과정

재원 구조는 다층적입니다. 주정부 BC Housing이 약 4,000만 달러를 지원했고 연방 정부는 ①Affordable Housing Fund 1,900만 달러, ②Unsheltered Homelessness and Encampments Initiative 1,710만 달러, ③Indigenous Services Canada 300만 달러 등 합산 3,900만 달러 이상을 투입했습니다. 밴쿠버시는 현금 460만 달러와 시유지 in-kind 가치 1,330만 달러를 댔고, 운영 단계에서는 매년 440만 달러의 보조금이 들어갑니다.
전체 개발 기간은 18년에 달했습니다. 부지 확보·지반·재원 협의·원주민 거버넌스 협의가 모두 얽히면서 통상 5~7년이면 마치는 어포더블 주택 사업이 두 배 이상의 시간을 썼습니다. 이 사례는 캐나다 어포더블 주택 공급이 왜 더디게 진행되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한 번 결합형 모델을 만들면 운영비 보조까지 장기 보장돼야 지속 가능하다는 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설계는 Low Hammond Rowe Architects, 시공은 WCPG Construction, 개발 자문은 M’akola Development Services가 맡았고 운영은 VAFCS가 주도합니다. 원주민 단체가 기획·시공·운영의 핵심 단계에 모두 참여한 ‘Indigenous-led’ 모델로 평가받는 이유입니다.
같은 부지 라인업의 다음 단계로 East Village 마스터플랜이 거론됩니다. 총 924세대 규모로 시장가 임대 767세대와 시니어 소셜 157세대를 결합하며, 최고 39층까지 짓는 안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Ho’-kee-melh Kloshe Lum이 1단계 모델이라면 East Village는 같은 통합형 콘셉트를 훨씬 큰 스케일로 확장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입니다.
한인 커뮤니티 관점에서도 시사점이 있습니다. 메트로 밴쿠버 임대 시장은 1베드룸 평균이 월 2,400달러를 넘기는 등 부담이 커진 상태로, 시장가 임대 56세대 같은 안정 임대 공급이 늘어나는 흐름은 한인 유학생·청년 가구의 정착 비용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다운타운 이스트사이드 인근에서 일하거나 거주하는 한인들에게는 동네 안전·서비스 접근성 개선과도 연결되는 사업입니다.
향후 전망
가까운 변수는 운영비 440만 달러가 매년 안정적으로 집행될 수 있느냐입니다. BC NDP가 주정부를 유지하는 한 어포더블 주택 운영비는 우선순위가 높지만, 연방 정부의 재정 기조가 바뀌면 1,710만 달러짜리 UHEI 같은 신규 이니셔티브의 지속 여부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기적으로는 East Village 924세대 사업의 인허가 일정이 시 의회와 파크보드를 통과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입니다. 시장가 임대 비중을 더 높인 구조가 통과되면, Ho’-kee-melh Kloshe Lum 모델이 캐나다 다른 도시로 복제되는 흐름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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