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 라디오·텔레비전·통신위원회(CRTC)의 새 소비자 보호 규정이 6월 12일부터 발효됐습니다. 휴대폰·인터넷 신규 가입 시 활성화 수수료가 사라지고, 기존 요금제 변경 수수료도 청구할 수 없게 됐습니다. 단말기 약정이 남지 않았다면 조기 해지 수수료도 부과 불가입니다. 캐나다는 북미 인터넷 비용 130개국 중 130위로 가장 비싼 국가에 속합니다.
캐나다의 통신 시장은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비싼 곳으로 꼽혀왔습니다. 한 가구가 월 200달러 이상을 휴대폰과 인터넷 요금에 쓰는 일이 흔하고, 요금제 변경이나 통신사 이동을 하려고 해도 활성화 수수료·변경 수수료·조기 해지 수수료가 겹겹이 쌓여 사실상 다른 회사로 옮기기 어려운 구조였습니다.
CRTC는 2024년 발표한 ‘소비자 보호 행동 계획(Consumer Protections Action Plan)’을 통해 이런 수수료 구조를 정조준했습니다. 6월 12일 발효되는 이번 규정은 그 행동 계획의 핵심 부분입니다.
활성화·변경·조기 해지 수수료 모두 금지
이제 캐나다인은 휴대폰이나 인터넷 신규 가입 시 활성화 수수료를 부담하지 않습니다. 기존 요금제를 변경할 때도 변경 수수료가 청구되지 않습니다. 단말기 약정이 남아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조기 해지 수수료도 사라집니다.
여기서 핵심은 ‘단말기 약정’입니다. 무약정 가입자는 언제든 위약금 없이 다른 회사로 옮길 수 있고, 단말기를 분할 결제 중인 가입자만 남은 단말기 가격을 정산하면 됩니다. 통신사가 요금제 자체에 부과하던 ‘계약 잔여 위약금’은 폐지된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에 더해 통신사가 약관, 요금, 기능을 일방적으로 변경할 경우 소비자는 위약금 없이 즉시 계약을 종료할 권리를 갖습니다. 이전에는 통신사가 ‘요금제 개편’이라는 명목으로 가격을 올려도 소비자가 빠져나오기 어려웠으나, 이번 규정은 그 빠져나오는 통로를 명확히 열어 둡니다.

캐나다 인터넷 비용 130위, 전 세계 최하위권
2026 Broadband Genie 조사에 따르면 캐나다의 평균 광대역 인터넷 비용은 월 55.26달러(약 76.99 캐나다 달러)로, 북미 인터넷 비용을 비교한 130개국 가운데 130위를 기록했습니다. 다시 말해 캐나다가 비교 대상국 중 가장 비싼 인터넷을 쓰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 같은 가격 구조의 배경에는 벨(Bell)·로저스(Rogers)·텔러스(Telus) 3사가 통신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한 과점 구조가 있습니다. CRTC는 그동안 회선 도매 개방, MVNO 도입 같은 정책으로 경쟁을 늘리려 했지만, 가격 자체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번 규정은 가격을 직접 통제하기보다는 ‘소비자가 더 쉽게 떠날 수 있게’ 만들어 경쟁을 유도하는 방식입니다.
또한 90일 환불 보장도 함께 표준화됩니다. 새 요금제 가입 후 약속받은 서비스 품질이 나오지 않으면 90일 안에 환불을 받을 수 있고, 단말기 가입 시에도 환불 가능 기간이 일관되게 적용됩니다.
한인 가구에게 이 규정 변화는 즉시 체감 가능한 가계 비용 절감 기회입니다. 한인 커뮤니티는 가족 단위 다회선 가입과 통신 결합 상품을 많이 쓰는데, 같은 회선 수를 다른 회사에서 더 저렴하게 제공한다면 이번 달부터 위약금 부담 없이 옮길 수 있습니다. 가입 첫 달에 부과되던 30-50달러 수준의 활성화 수수료도 사라집니다.
특히 학교 졸업이나 이사 시기에 통신사를 옮기는 한인 유학생·신규 이민자 가구에 유리합니다. 약정 단말기만 정산하면 회선은 즉시 이동 가능하므로, 단말기 따로·회선 따로 전략이 처음으로 실효성을 가지게 됐습니다.
향후 전망
규정 발효 직후 통신 3사가 어떻게 대응할지가 1차 관전 포인트입니다. 단순히 수수료만 없애는 대신 기본 요금을 올리거나 데이터 한도를 줄이는 방식으로 마진을 지킬 가능성도 있습니다. CRTC가 후속 모니터링을 통해 이런 우회 인상을 어떻게 막을지가 관건입니다.
장기적으로는 회선 이동이 자유로워지면서 가격 경쟁이 본격화될 수 있습니다. 캐나다 알뜰 통신 시장의 점유율이 커지는 흐름이 더 빨라질 가능성이 큽니다. 한인 가구는 분기마다 요금 비교를 다시 해 보는 습관을 들이면 연간 수백 달러의 통신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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