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체에 빠진 토론토 콘도 시장에 재고가 넘치자, 개발사들이 물량을 한꺼번에 넘기려 하면서 ‘벌크(대량) 매입’이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주정부까지 자금을 대며 콘도를 임대주택으로 바꾸려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토론토 콘도 시장은 몇 년째 부진하면서 팔리지 않은 물량이 크게 쌓여 있습니다. 개발사들이 이 재고를 개인 구매자에게 한 채씩 파는 대신, 여러 채를 한꺼번에 사들이는 투자자에게 넘기는 ‘벌크 매입’이 새로운 출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Baker Real Estate 대표 Harley Nakelsky는 자신이 아마 세계 누구보다 많은 벌크 거래를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개별 거래는 더디게 진행되지만, 개발사들이 안고 있는 재고가 워낙 많아 여러 채를 묶어 팔며 속도를 내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큰손들이 지금을 노리는 이유
Nakelsky는 벌크 구매자들이 투자 수익률(ROI)을 보고 움직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금이 우리가 본 것 중 역사상 가장 좋은 매수 시점”이라고 했습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잘 아는 투자자들이 벌크 매입에 뛰어들며 여기에 돈을 넣고 싶어 합니다. 각 구매자는 큰 유닛이 나을지 작은 유닛이 나을지, 도심 안이 좋을지 밖이 좋을지 저마다 다른 전략을 갖고 있으며, 보통 유닛을 오래 보유합니다.
벌크 거래는 대개 몇 차례 협상을 거칩니다. Nakelsky는 구매자의 약 절반은 개발사가 받아들이지 않을 만큼 낮은 가격을 제시한다고 했습니다. 다만 여전히 공격적인 프로모션과 가격 조건이 있어 구매자가 시간과 돈을 들일 만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그들이 할인을 받고 있다. 다만 큰 할인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Nakelsky는 구매자들이 재고를 걷어가는 것이 결국 좋은 일이라고 봤습니다. 쌓인 물량을 소화해야 개발사가 다시 집을 짓기 시작하고, 공급이 멈추는 상황을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에 임대주택도 더 필요하지만, 임대 사업의 금융과 비용 구조가 달라 쉽지만은 않다고 했습니다.
비밀에 싸인 거래, 그리고 13억 달러 펀드
Zonda의 온타리오·퀘벡 시장조사 부사장 Pauline Lierman은 벌크 구매자들이 보통 건물 입주 시점 무렵, 즉 공사가 끝난 뒤 40~50채를 사들인다고 말했습니다. 이때 제곱피트당 시세보다 100~200달러 낮은 “상당한 할인”이 붙는 거래도 적지 않다고 했습니다.
일부 벌크 거래는 공개되지만, 상당수는 비밀에 싸여 있다는 것이 Lierman의 설명입니다. 그는 “그들은 비밀유지계약(NDA)을 맺고 거래한다. 그래서 대놓고 말할 수가 없다. 이래서 벌크 거래가 ‘블랙박스’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공개된 대표 사례는 투자사 High Art Capital이 주도하는 13억 달러 규모의 민관 합동 펀드입니다. 이 펀드에는 온타리오 주정부가 3억 달러를 넣었습니다. 앞서 몬트리올의 Jesta Group도 콘도 매입에 최대 5억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High Art Capital의 매니징 파트너 Ryan Roebuck은 이 회사가 민간에서 목표치 10억 달러를 넘겨 모집해 펀드에 상한을 걸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회사는 이미 유닛 매입을 시작했고, 2,200채 이상을 사들일 계획입니다. Roebuck은 펀드의 성공이 지금 콘도를 대량으로 사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보여준다며, 주정부의 참여가 “독특한 구조”를 만들었다고 평가했습니다.
토론토 콘도 시장의 이런 변화는 한인 실수요자에게도 시사점이 있습니다. 개인 구매자가 한 채씩 사기 어려운 침체기에, 큰손들이 재고를 걷어가면 남은 물량의 가격과 선택폭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주정부 자금이 들어간 콘도가 임대주택으로 바뀌면, 토론토에서 세를 구하는 이민·유학 가정의 임대 선택지에도 영향이 갈 수 있습니다. 다만 벌크 거래 상당수가 비밀유지계약에 묶여 있어, 실제 할인 폭이나 매입 규모가 시장에 곧바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은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원문: REM (Real Estate Magazin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