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 연방정부가 이미 저렴한 임대주택이 투기 자본에 넘어가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캐나다 임대주택 보호기금(Canada Rental Protection Fund)’을 출범시켰습니다. 새 집을 짓는 대신, 지금 저렴한 집을 그대로 지키는 데 돈을 쓰는 방식입니다.
그동안 캐나다 주택 정책은 새로 짓는 것에 초점을 맞춰 왔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저렴한 임대주택이 팔리고 고급 주택으로 바뀌면서 사라지는 속도가, 새로 짓는 속도보다 더 빨랐습니다. 아무리 많이 지어도 저렴한 집이 한쪽에서 계속 없어지면 전체 숫자는 늘지 않는 셈입니다.
이번 기금은 바로 그 빈틈을 겨냥합니다. ‘멸실 방지(preservation)’, 즉 지금 있는 저렴한 집을 잃지 않도록 지키는 접근을 처음으로 전국 단위 정책 틀에 넣은 시도입니다.
새로 짓는 대신 ‘지키는’ 주택 정책
캐나다 임대주택 보호기금은 2026년 9월 22일 공식 출범이 발표됐습니다. 2024년 예산에서 예고됐고, 새로 설립된 크라운기업(정부 소유 기업)인 Build Canada Homes 산하에서 운영됩니다.
기금의 작동 방식은 간단합니다. 비영리단체, 협동조합, 토지신탁 같은 지역 주택단체가 시장에 매물로 나온 저렴한 임대주택을 사들일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합니다. 이렇게 공공성을 가진 단체가 집을 사두면, 그 집은 오랫동안 저렴한 임대료로 유지될 수 있습니다.
핵심은 비용입니다. 새 아파트 한 채를 짓는 것보다, 이미 있는 저렴한 집을 사서 지키는 쪽이 훨씬 적은 돈이 듭니다. 같은 예산으로 더 많은 가구의 임대료 급등과 퇴거를 막을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지자체 선례를 전국으로 확장
이런 방식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토론토는 이미 다세대주택 매입 프로그램(MURA, Multi-Unit Residential Acquisition Program)을 운영하며 저렴한 임대 건물을 사들여 왔습니다. 다른 여러 지자체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최근 몇 년 사이 도입했습니다.
이번 연방 기금은 이런 지역 단위 시도를 전국 규모로 끌어올린 성격입니다. 그동안 비영리 주택 섹터가 집을 사고 싶어도 자금 조달 능력이 부족해 번번이 기회를 놓쳤는데, 그 오랜 병목을 정부가 직접 풀어주겠다는 것입니다.
민간 투자자가 낡은 저렴주택을 사들여 수리한 뒤 임대료를 크게 올리는 ‘임대료 상향 압력’은 세입자에게 가장 큰 위협 중 하나였습니다. 공공이 먼저 나서 이런 흐름에 대응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정책으로 평가됩니다.
한국에서도 전세·월세 부담과 재개발에 따른 세입자 이주 문제가 꾸준히 논의돼 온 만큼, ‘새로 짓기’보다 ‘지금 있는 저렴한 집을 지키기’에 무게를 둔 이번 캐나다의 접근은 참고할 만합니다. 캐나다에 사는 한인 세입자 입장에서도, 살고 있는 저렴한 임대 건물이 투자자에게 팔려 임대료가 뛰는 상황을 공공 기금이 어느 정도 막아줄 수 있다는 점은 반가운 소식입니다.
향후 전망
기금이 실제로 얼마나 많은 임대주택을 지켜낼지는 지원 규모와 집행 속도에 달려 있습니다. 비영리 섹터의 역량이 함께 뒷받침된다면, 저렴주택이 사라지는 속도를 늦추는 데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지원이 수요에 비해 작게 머문다면, 상징적 정책에 그칠 가능성도 있습니다.
원문: Globe and Mail Real Est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