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 개발업계가 외국인의 주택 소유를 막은 규제를 폐지하라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콘도 재고가 넘쳐나면서, 도입 당시와 정반대가 된 시장 여건이 존폐 논쟁에 불을 붙였습니다.
외국인 주택 매수 금지(foreign buyer ban)는 2023년 도입돼 내년 초 만료를 앞두고 있습니다. 정부가 따로 갱신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사라집니다. 이 조치는 집값이 급등하던 시기에, 캐나다인이 외국인 투자자에게 밀려 자기 나라 시장에서 집을 못 산다는 우려를 배경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그사이 시장은 정반대로 돌아섰습니다. 콘도 가격은 떨어졌고 공급은 넘쳐납니다. 이제는 외국인 투자자가 일부 물량을 사들여도 캐나다인이 밀려날 걱정이 크지 않을 만큼 재고가 쌓였습니다. 개발사들은 콘도 재고를 소진하지 못해 신규 착공을 못 하고 있고, 지금처럼 착공이 적은 상태가 이어지면 2020년대 말에는 오히려 공급이 부족해 시장이 ‘벽’에 부딪힐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규제를 풀면 효과가 얼마나 될까
토론토 리얼터인 톰 스토리(Tom Storey)는 외국인 매수를 다시 허용하면 신규 콘도 분양에 작지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현재 개발사들은 은행에서 융자를 받는 조건인 분양률 70%를 채우지 못해 사업이 막혀 있는데, 외국인 수요가 더해지면 일부 프로젝트가 착공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스토리는 “개발사들이 정부에 대놓고 로비하고 있습니다. ‘재고는 남았는데 새로 착공할 수도 없고 발이 묶였다’고 말이죠. 규제 폐지를 미는 쪽은 바로 개발사들”이라고 전했습니다.
다만 그는 규제를 풀어도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금지 이전에도 외국인 매수는 전체 시장의 약 5%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신축 가격이 일반 매매(재판매) 물건과 비교해 이치에 맞지 않아, 투자자들이 규제만 풀리기를 기다리며 대기하는 상황도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또 규제가 사라져도 BC의 외국인 취득세 25%와 온타리오의 35%는 그대로 남습니다. 스토리는 “따지고 보면 세금이 금지보다 더 큰 요인입니다. 숫자가 안 맞으면 허용해줘도 아무도 안 삽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물량이 아니라 신뢰
코코란 호라이즌 리얼티(Corcoran Horizon Realty)의 클리프 레고(Cliff Rego) 대표는 자신의 사업이 외국인 매수에 의존하지 않으며 그 비중은 “아주 얇은 조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가 보는 진짜 문제는 물량이 아니라, 규제가 시장 신뢰에 주는 악영향과 캐나다 시장 참여에 씌우는 부정적 인식입니다.
레고는 규제를 없애고 더 많은 경쟁을 유도해, 관망하던 매수자를 시장으로 끌어내야 한다고 봤습니다. 다른 투자자들이 캐나다를 좋은 투자처로 여긴다는 신호가 보이면 ‘놓치기 싫다’는 심리가 생길 수 있고, 낮아진 가격이 국경 밖 투자자를 끌어들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지금은 아무 제한도 없어야 합니다. 시장과 개발사, 건설사를 돕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로즈데일 신축 프로젝트의 고민
도세이 디벨롭먼트(Dorsay Development Corp)의 이언 맥레오드(Ian McLeod) 부사장은 회사가 토론토 로즈데일(Rosedale) 신축 건물 원 말버러(One Marlborough)에 관심을 보이는 외국인 매수자를 돌려보내야 할 상황을 우려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오는 9월 분양을 시작하는데, 외국인에게도 팔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훨씬 자신 있게 나설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맥레오드는 모든 거래 한 건이 아쉬운 약한 시장에서 이 규제가 “골칫거리”라고 말했습니다. 규제가 시장에 대한 인식과 신뢰에 영향을 주고, 이것이 대출 기관과 함께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외국인 매수 금지는 도입 당시엔 실수요자를 보호하는 장치로 여겨졌지만, 시장이 침체로 돌아서자 오히려 공급을 가로막는 규제라는 반론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진짜 장벽이 세금이라면, 금지를 푸는 것만으로는 시장 흐름을 크게 바꾸기 어렵습니다.
캐나다 부동산에 관심 있는 한인 투자자에게도 이 논쟁은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규제 만료 여부뿐 아니라, BC 25%·온타리오 35%에 이르는 외국인 취득세가 그대로 남는다는 점을 함께 따져봐야 실제 매수 여건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향후 전망
규제가 예정대로 내년 초 만료된다면 개발업계는 반길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취득세라는 더 큰 장벽이 남아 있는 만큼, 외국인 매수가 실제로 얼마나 살아날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정부가 규제를 갱신할지, 아니면 조용히 만료시킬지가 콘도 시장 회복 속도를 가를 변수입니다.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진다면 정부가 폐지 쪽에 무게를 실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원문: REM (Real Estate Magazin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