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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바이오 붐이 부른 ‘실험실 부동산’, 공급난에 개발 문턱 높아


성장하는 BC주 생명과학 산업이 새로운 상업용 부동산 기회를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바이오텍 기업은 요구 조건이 까다로워, 개발사들은 일반 사무실이나 공장보다 훨씬 복잡한 건축 과제를 안게 됩니다.


밴쿠버를 중심으로 한 BC주 생명과학(life-sciences) 산업이 빠르게 커지면서, 실험실 같은 특수 공간을 둘러싼 새로운 부동산 수요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공간은 짓기가 쉽지 않아 수요만큼 공급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밴쿠버에 본사를 둔 바이오텍 기업 애스펙트 바이오시스템스(Aspect Biosystems)는 몸속 생물학적 기능을 회복시키거나 보완하는 치료제를 개발합니다. 이 회사는 최근 2억8,000만 달러 규모의 확장 계획을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연방정부 지원 7,900만 달러와 2024년 연방·BC주 공동투자 2억 달러가 뒷받침됐습니다.

매출 46억 달러, 투자는 몰리는데

밴쿠버 기반 비영리단체 라이프사이언스 브리티시컬럼비아(Life Sciences British Columbia)에 따르면, BC주 생명과학 산업은 2024년 약 46억 달러의 매출을 올려 2021년보다 27% 성장했습니다. 같은 해 BC주 생명과학 기업들은 약 7억 달러의 벤처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이런 관심은 BC주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온타리오주는 초기 단계 기업에 자금을 대는 ‘생명과학 혁신기금(LSIF)’을 운영하고 있고, 퀘벡주는 2025년부터 2028년까지 새 생명과학 전략에 약 2억7,150만 달러를 투입하고 있습니다. CBRE 밴쿠버 하이테크 시설 그룹의 알랭 리비에르(Alain Rivère) 수석부사장은 “팬데믹 이후 이 분야에 막대한 투자와 자금이 몰렸고, 그것이 특히 마운트플레전트(Mount Pleasant) 일대의 부동산 개발을 이끌었다”며 다만 최근 2년간은 투자가 정상 수준으로 돌아왔다고 말했습니다.

지어 놓기 무섭게 임대되는 실험실

문제는 공간입니다. 콜리어스 밴쿠버의 존 와슬렌(John Waslen) 부사장은 “양질의 완공된 실험실 공간 공급이 극히 제한적이어서, 시장에 나오기도 전에 임대되는 경우가 많다”며 “동시에 소규모 수요는 넘쳐난다”고 말했습니다.

지역 대학에서 해마다 졸업생들이 새 회사를 세우며 작은 규모의 실험실 공간을 꾸준히 흡수한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진짜 어려움은 이런 기업이 더 큰 공간으로 키워 갈 때 생깁니다. 예를 들어 처음에는 2,000~3,000제곱피트만 필요하던 스타트업이, 더 큰 공간이 필요해지기 몇 년 전부터 그 공간을 미리 약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리비에르 부사장은 생명과학 분야가 주기를 타는 산업이라, 입주 기업이 공간을 벗어나 확장하면 그 빈자리를 더 작은 기업이 채운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수요의 대부분은 중소 규모 기업에서 나옵니다.

개발 자금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와슬렌 부사장은 개발사가 자금을 마련하려면 건물의 최대 50%를 미리 임대 계약으로 채워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20만 제곱피트짜리 건물이라면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약 10만 제곱피트를 채울 세입자를 찾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사전 임대 계약은 세입자에게 3~4년 전 미리 약정할 것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그는 “밴쿠버 시장에는 큰 세입자가 충분하지 않아, 개발사가 이 문턱을 넘어 프로젝트를 추진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제곱피트당 1,200달러까지, 비싼 건축비

흄후드와 화학물질 보관 캐비닛을 갖춘 생명과학 실험실 내부

지난 4월 마운트플레전트에 문을 연 3만 제곱피트 규모의 애드메어(adMare) M4 혁신센터는 바로 쓸 수 있는 턴키(turnkey) 습식 실험실과 사무 공간, 공유 과학 장비를 갖췄고, 입주 기업의 성장에 맞춰 바뀔 수 있는 유연한 설계가 특징입니다.

건축비는 시작 조건과 시설 요구 사항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설계·시공 전문 기업 퓨전 프로젝트(Fusion Projects)의 브래드 카우든(Brad Cowden) 파트너는 신축 기준으로 동물사육시설(vivarium)이 제곱피트당 약 800~1,200달러, 화학 실험실이 약 500~800달러, 사무·공용 공간이 약 100~300달러가 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철거나 건물 기반시설 개선, 설계비, 실험 장비를 빼고 순수 공사비만 계산한 것입니다.

제대로 된 실험실을 갖추려면 일반 사무실보다 훨씬 많은 것이 필요하다고 와슬렌 부사장은 설명했습니다. 흄후드(유해가스 배출 장치)와 특수 공조·환기 설비, 비상 전원, 더 큰 전기 용량이 모두 큰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설치됩니다. 실험실 세입자는 공기 교체 횟수나 배기, 바닥 하중, 천장 높이에도 일반 사무용 건물이 갖추기 어려운 특별한 조건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 사무 건물을 생명과학 공간으로 바꾸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입니다.


밴쿠버의 생명과학 부동산은 ‘수요는 분명한데 공간이 없다’는 한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산업은 빠르게 커지고 투자도 몰리지만, 실험실은 짓기도 어렵고 비싸며, 사전 임대라는 높은 문턱까지 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흐름은 밴쿠버 지역 부동산과 일자리에 관심 있는 한인에게도 시사점이 있습니다. 주택시장이 식는 가운데, 특수 상업용 부동산인 실험실 공간은 오히려 공급이 부족해 틈새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바이오텍 산업이 성장하면 연구·개발 일자리는 물론 이를 뒷받침하는 특수 건설·시설 관리 수요도 함께 늘어납니다. 다만 개발 문턱이 높은 만큼, 이 분야의 공간 부족이 단기간에 풀리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향후 전망

생명과학 투자가 지금처럼 꾸준히 이어지고 더 큰 임차 기업이 늘어난다면, 개발사들이 사전 임대 문턱을 넘어 신규 실험실 공급에 나설 여지가 생깁니다. 다만 높은 건축비와 긴 사전 약정 기간이 유지되는 한, 양질의 실험실 공간 부족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중소 바이오텍 기업이 확장 단계에서 필요한 ‘중간 규모’ 공간을 누가 공급하느냐가 밴쿠버 생명과학 부동산의 과제로 보입니다.


원문: The Globe and 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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