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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사고 있던 집, 팔 때 알려야 할까? 캐나다의 모호한 고지 규칙


집에서 살인이나 자살, 범죄 같은 ‘어두운 과거’가 있었을 때, 파는 쪽이 이를 사는 쪽에 알려야 할까요? 캐나다에서는 이 규칙이 대부분 모호합니다.


올해 초 퀘벡주 허드슨(Hudson)에서 한 집을 산 사람들이 이전 소유자를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2020년 그 집에서 치명적인 주거침입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의 핵심은 하나였습니다. 파는 쪽이 그 집에서 폭력적인 죽음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퀘벡은 캐나다에서 특별한 곳입니다. 이 주에서는 파는 쪽이 집의 과거에 관한 이런 질문에 답하는 신고서를 반드시 작성해야 합니다.

‘구매자가 알아서 조심하라’는 원칙

하지만 나머지 지역에서는 사정이 다릅니다. 변호사 Alan Silverstein에 따르면, 살인이나 자살, 그 집에서 있었던 범죄 같은 집의 이력을 알리는 문제는 대체로 ‘구매자 위험부담(caveat emptor)’ 원칙을 따릅니다. 즉 ‘사는 쪽이 알아서 조심하라’는 뜻으로, 구매자가 스스로 확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예외도 있습니다. 석면처럼 건강과 안전에 관련된 사안은 반드시 알려야 한다고 Silverstein은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회색지대도 있습니다. 부동산 전문 변호사 John Aruldason은 잘 알려진 사례 하나를 들었습니다. 캐나다 출신 NBA 스타 Shai Gilgeous-Alexander가 온타리오 벌링턴(Burlington)의 수백만 달러짜리 호숫가 저택을 산 뒤, 주 법원이 그 매매를 취소한 사건입니다. 그 집의 이전 거주자는 투자자들을 속인 혐의를 받는 자칭 ‘크립토 킹(Crypto King)’ Aiden Pleterski였습니다. 이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Gilgeous-Alexander는 돈을 돌려받으려는 사람들이 위협적으로 그 집을 여러 차례 찾아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 경우 집의 이력은 법적으로 ‘잠재적 하자(latent defect)’, 즉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알리지 않은 숨은 결함으로 인정됐습니다.

Silverstein은 지금 캐나다 대부분 지역의 주택 매매 고지 관련 법이, 구매자에게는 세부 사항을 캐물어야 할 부담을, 파는 쪽에게는 무엇을 알려야 하는지 스스로 판단해야 할 부담을 지운다고 지적합니다. 회원이 약 10만 명인 온타리오부동산협회(OREA)는, 리얼터가 집의 가치와 평판에 영향을 줄 만한 내용을 밝혀내려 노력해야 하지만, 파는 쪽은 질문을 받지 않는 한 이런 내용을 알릴 의무가 없다고 봅니다. Silverstein은 캘리포니아처럼 명확한 규칙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곳에서는 예를 들어 최근 3년 안에 있었던 사망은 반드시 알려야 합니다. 그는 “우리에게는 명확함이 필요한데 그것이 없고, 내가 알기로는 여러 주도 마찬가지”라고 말했습니다.

살인·사망과 유명 사건

거의 모든 경우에, 살인이나 사망은 집을 팔 때 알릴 의무가 없습니다. 사는 쪽으로서 누군가 숨진 집에 사는 것이 꺼려진다면, 직접 물어봐야 하는 책임은 구매자에게 있습니다. 다만 구매자가 물어보면 파는 쪽은 사실대로 답해야 합니다. 앞서 말했듯 퀘벡은 예외로, 집에서 폭력적인 죽음이나 자살이 있었다면 반드시 신고해야 합니다.

퀘벡 밖에서 이 기준에 가장 강하게 도전한 사례는 밴쿠버에서 나왔습니다. 한 파는 쪽이 자신의 사위가 갱단 관련으로 추정되는 사건으로 수백만 달러짜리 집 밖에서 총에 맞아 숨진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경우였습니다. 사는 쪽이었던 Feng Yun Shao는 이 살인 사실을 알게 되자 매매를 취소하고 30만 달러의 계약금 반환을 요구했고, 파는 쪽 Mei Zhen Wang은 이에 맞서 소송을 냈습니다. 처음에 법원은 Shao의 손을 들어, 집에 대한 설명이 불완전했으므로 계약금을 돌려줘야 한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1년 뒤 항소심에서 판결이 뒤집혔습니다. 판사는 파는 쪽이 사는 쪽이 그 살인에 민감할 수 있다는 것을 알 방법이 없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전직 변호사이자 Re/Max West Realty의 리얼터로, 의뢰인과 중개인 사이 법적 분쟁에서 전문가 증인으로 자주 나선 Brian Madigan은, 악명 높은 살인이나 범죄가 있었던 집이라면 법원이 다르게 판단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예를 들어 Paul Bernardo와 Karla Homolka가 여러 10대를 살해한 집이나, 억만장자 부부 Barry·Honey Sherman이 숨진 채 발견된 집 같은 경우입니다. 다만 이런 집은 대개 어차피 철거된다고 Madigan은 덧붙였습니다. Bernardo와 Homolka가 범행을 저지른 세인트캐서린스(St. Catharines)의 집도, Sherman 부부의 토론토 저택도 모두 헐렸습니다.

이웃과 평판

법원은 특정한 이웃의 존재를 알리는 문제에 대해서도 선례를 남겼습니다. 어떤 이웃은 잠재적 하자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다만 해당 사건은 결국 법정 밖에서 합의로 마무리돼 최종 판결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Madigan에 따르면, 그 사건은 어린 자녀를 둔 사람이 온타리오에서 집을 샀다가, 길 건너에 유죄 판결을 받은 소아성범죄자가 산다는 사실이 동네에 널리 알려져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 경우였습니다. 판사는 집 밖의 위험도 잠재적 하자로 볼 수 있다며, 파는 쪽이 소송 자체를 각하해 달라고 낸 신청에서 사는 쪽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 문제는 캐나다에서 집을 사고파는 한인 실수요자에게도 실질적인 참고가 됩니다. 대부분의 주에서는 파는 쪽이 먼저 집의 어두운 과거를 알릴 의무가 없고, 사는 쪽이 직접 물어야 답을 들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마음에 드는 집이 있다면 사망이나 범죄 이력, 주변 환경에 대해 구체적으로 질문하고, 필요하면 서면으로 확인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특히 퀘벡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알아서 조심하라’는 원칙이 강하게 적용되므로, 계약 전 실사를 꼼꼼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원문: The Globe and 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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