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를 떠나는 사람이 74년 만에 가장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같은 시기에 9개 주 가운데 5개 주의 집값은 사상 최고를 새로 썼습니다. 인구는 줄고 집값은 오르는,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흐름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Better Dwelling이 이번 주 발표된 통계청(StatCan)과 캐나다부동산협회(CREA) 자료를 한 번에 정리했습니다.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캐나다를 떠나는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 일부 주의 집값은 사상 최고를 기록한 반면 BC와 온타리오는 크게 빠졌다는 점, 그리고 가격은 오르는데 거래는 얼어붙는 이례적인 신호가 보인다는 점입니다.
이 흐름은 한인 사회와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캐나다에 새로 정착하려는 사람도, 이미 자리 잡고 집을 사려는 사람도 모두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숫자 하나하나가 무엇을 뜻하는지 차분히 살펴보겠습니다.
캐나다 인구 유출, 74년 만에 가장 빠르다
2026년 1분기에 캐나다 시민이나 영주권자 약 30,092명이 나라를 떠났습니다. 통계청이 74년간 집계한 자료에서 1분기 기준으로는 가장 많은 규모입니다. 한 분기에 그친 일시적 현상도 아닙니다. 2026년 1분기까지 최근 12개월 동안 떠난 사람은 120,916명으로, 이 역시 사상 최대치입니다.
여기에 임시 거주자(워크퍼밋·유학생 등)가 빠져나간 숫자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통계청 추정에 따르면 캐나다 인구는 2026년 2분기에 23만 명 넘게 줄었습니다. 세 분기 연속 감소로, 2024년 3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왔습니다. 감소의 대부분은 임시 거주자가 줄어든 데서 나왔으며, 이 집단은 1년 전보다 17% 작아졌습니다.
다만 이 감소를 위기로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임시 거주자는 2021년부터 2024년 사이 두 배 넘게 불어났습니다. 지금의 감소는 그 급증을 되돌리는 조정에 가깝다는 분석입니다.
5개 주는 사상 최고가, BC와 온타리오만 급락
집값 쪽은 더 흥미롭습니다. 전국 기준으로 보면 일반적인 주택 가격은 2022년 3월 고점보다 20.6%, 약 17만3,600달러 낮습니다. 큰 폭의 하락입니다. 그런데 전국 숫자만 보면 놓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CREA 주택가격지수(HPI)가 집계되는 9개 주 가운데 5개 주가 지난달 사상 최고가를 새로 썼고, 두 곳은 고점에서 3% 이내에 머물러 있습니다. 전국 지수를 끌어내리는 것은 사실상 두 곳뿐입니다. 고점 대비 14.9% 빠진 BC와 24.8%나 떨어진 온타리오입니다. 한인이 많이 사는 이 두 지역의 부진이 전국 평균을 크게 낮추고 있는 셈입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다른 주들이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고 해도, 그 가격을 떠받치는 실제 거래량이 충분한지는 따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격은 오르는데 거래는 1990년대 이후 최저
5월 기존주택 가격은 0.23% 오른 66만7,700달러로 4개월 연속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달 판매량은 5월 기준으로 2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신규 매물은 여전히 사상 최고에 가깝게 쌓여 있습니다.
그 결과 판매-신규등록 비율(SNLR), 즉 새로 나온 매물 대비 실제 팔린 비율은 1990년대 초 부동산 붕괴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왔습니다. 가격은 오르지만 수요는 살아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식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그래도 부동산은 가계 자산을 다시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습니다. 통계청은 1분기 가계 순자산이 1.3% 늘어난 18.6조 달러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1년 만에 처음으로 주택 자산이 순자산 증가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며 8.47조 달러로 늘었습니다. 다만 전체 증가의 대부분은 금융자산이 이끌었고, 부채가 소득보다 빠르게 늘면서 저축은 줄고 있다는 점은 부담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번 주 자료를 한 줄로 정리하면, 캐나다 부동산 시장은 ‘평균’이라는 한 단어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빠져나가는데 일부 지역 집값은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가격은 오르는데 거래는 얼어붙는 모습이 함께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한인이 많이 거주하는 BC와 온타리오가 전국 흐름과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은, 전국 평균 숫자만 보고 내 지역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향후 전망
인구 유출과 임시 거주자 감소가 계속된다면, 그동안 수요를 떠받쳐 온 인구 증가 효과가 약해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거래량이 회복되지 않은 채 가격만 오르는 흐름이 이어진다면, 일부 지역의 ‘사상 최고가’는 얇은 거래 위에 세워진 수치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당분간은 전국 평균보다 BC·온타리오 같은 개별 지역의 거래량과 매물 추이를 함께 지켜보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원문: Better Dwell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