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의 소득 불평등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어느 주에 억만장자 가구가 가장 많은지 보여주는 새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보고서는 온타리오가 억만장자 가구 38곳으로 캐나다에서 가장 많다고 밝혔습니다.
비영리·초당파 단체인 ‘조세 공정성을 위한 캐나다인(Canadians for Tax Fairness, C4TF)’이 월요일 주 단위 부의 집중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는 극단적인 부와 극단적인 권력의 연결고리를 사람들이 점점 인식하고 있으며, 부유층에게 세금을 더 물리자는 목소리가 캐나다를 포함해 세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보고서는 “소수의 손에 부가 집중되는 것은 수많은 캐나다인이 겪는 부담능력 위기의 직접적인 결과”라며 “소수가 부를 많이 쌓아 둘수록, 나머지 사람들이 재정 안전망이나 은퇴 자금, 갈수록 비싸지는 주택의 계약금(down payment)으로 쓸 수 있는 부는 줄어든다”고 주장했습니다.
부의 집중과 주택 부담능력
보고서는 극단적인 부의 집중이 막대한 정치적 권력으로 이어진다고 봅니다. 일자리와 투자를 좌우하고, 정치인과 정책에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C4TF는 캐나다가 “부의 불평등이 얼마나 극심한지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집계조차”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캐나다 통계청의 공식 자료가 부의 분포를 상위 10% 수준까지만 보여 줘, 초부유층이 쥔 극단적인 부가 가려진다는 것입니다.
이 단체는 앞서 의회예산국(PBO) 자료를 바탕으로, 가장 부유한 1% 가구가 2023년 기준 3조7천억 달러, 즉 캐나다 전체 부의 약 4분의 1을 통제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그 분석을 주별로 확장한 것입니다.
주별 억만장자 가구 순위

부의 측정에는 토지와 주거용 건물 보유분뿐 아니라 주식, 펀드 지분, 생명보험, 연금, 현금, 예금까지 포함됐습니다. 자료는 재정안정성조사(SFS) 공개 마이크로데이터와 포브스 억만장자 목록 등에서 가져왔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온타리오가 억만장자, 센티밀리어네어(1억 달러 초과), 데카밀리어네어(1천만 달러 초과) 가구 모두에서 가장 많았습니다. 온타리오에는 억만장자 가구 38곳이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캐나다 최상위 부유 가구의 44%에 해당합니다. 다만 C4TF는 이 수치가 온타리오가 인구가 가장 많고 가장 부유한 지역이라는 점에 영향을 받았다고 덧붙였습니다.
퀘벡이 억만장자 27가구, 센티밀리어네어 590가구, 데카밀리어네어 19,940가구로 2위를 차지했습니다. 브리티시컬럼비아(BC)가 억만장자 9가구, 센티밀리어네어 550가구, 데카밀리어네어 18,710가구로 상위 3위에 올랐습니다.
가구당 부의 규모도 온타리오가 최고

각 지역에서 부유 가구가 얼마나 부유한지를 보면, 이 부분에서도 온타리오가 가장 앞섰습니다. 온타리오 상위 0.01% 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5억4,600만 달러였습니다. BC가 평균 5억100만 달러로 2위, 퀘벡 상위 0.01%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보고서는 “부의 집중은 캐나다 전역의 문제이며 특정 주나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초부유층의 부가 캐나다 전역, 심지어 국경 너머까지 퍼져 있다는 사실이 종종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주장에 악용된다”고 지적했습니다. C4TF는 스위스와 스페인 등 다른 나라가 시행한 주 단위 부유세 도입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습니다.
부의 집중과 주택 부담능력을 연결한 이번 보고서는 한국 독자에게도 낯설지 않습니다. 한국 역시 자산 양극화와 집값 문제가 맞물려 있고, 부유세 도입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져 왔기 때문입니다. 캐나다 한인 가구도 대부분 주택 마련 과정에서 계약금이라는 첫 관문에 부딪히는데, 이번 보고서는 그 어려움이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부의 집중이라는 구조적 배경과 닿아 있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다만 이번 수치는 단체가 여러 자료를 바탕으로 추정한 값이라는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온타리오·퀘벡·BC가 상위에 오른 데에는 인구와 경제 규모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향후 전망
부의 집중과 주택난을 연결 짓는 논의가 이어진다면, 부유세 같은 정책 제안이 정치권에서 더 자주 거론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산 불평등에 대한 공식 통계가 보완될 경우 이런 논의의 토대도 더 탄탄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