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지붕 붕괴로 노동자 1명이 숨진 이스트 밴쿠버 건물이 데이터센터로 바뀝니다. 이스트 밴쿠버 데이터센터 개발허가 신청이 접수됐고, 연방정부의 주권형 컴퓨팅 정책에 맞춘 시설이라는 설명이 붙었습니다.
밴쿠버 동쪽 끝자락에 있는 3438 Lougheed Highway는 1970년에 지어진 3층 건물입니다. 북쪽 러기드 하이웨이(Lougheed Highway)에서 보면 1층짜리처럼 보이지만, 남쪽 골목에서 보면 도로면 아래로 층이 더 있는 구조입니다.
이 지하 공간은 오랫동안 기젤라 페이스트리(Gizella Pastry)의 제빵 공장이 썼습니다. 공장은 옆 건물인 3432번지까지 이어져 있었고, 두 건물 모두 1970년에 같은 형태로 지어졌습니다. 현재 3438번지 지상층에는 물리치료·재활 클리닉이 있고, 지하의 옛 제빵 공간은 비어 있습니다.
2022년 붕괴 사고가 남긴 자리
사고는 2022년 7월 14일에 일어났습니다. 서쪽 건물인 3432번지 옥상 주차장에서 스키드로더(Bobcat)를 몰던 작업자가 흙과 토사 약 200톤을 한쪽에 쌓았고,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한 지붕이 무너졌습니다.
당시 지하 제빵 공장에서는 약 90명이 일하고 있었습니다. 2명이 병원으로 옮겨졌고 8명은 구조대의 도움을 받아 빠져나왔습니다. 모회사인 C.H. 궨터 베이커리스 소속 노동자 1명이 숨졌고, 시신은 사고 며칠 뒤에야 잔해에서 수습됐습니다.

오랜 기간 자리를 지킨 제빵 공장과, 해피밸리 레스토랑 자리를 고쳐 1년 남짓 영업하던 자동차 정비소 비머 하우스(Bimmer Haus)는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구조 안전 문제로 두 업체 모두 영업을 중단했습니다.

2023년 비머 하우스가 시공업체와 기젤라 페이스트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같은 해 제빵 회사는 상업용 부동산 회사 JLL을 통해 손상된 서쪽 건물 매각에 나섰습니다. 3년이 지난 지금도 이 건물은 팔리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지하 26,000제곱피트를 서버실로
이번에 개발허가를 신청한 곳은 캠룹스에 기반을 둔 트루 노스 서스테이너블 인프라스트럭처(True North Sustainable Infrastructure)입니다. 동쪽 건물인 3438번지를 데이터센터로 고쳐, 지하 26,000제곱피트를 서버가 들어가는 공간으로 쓸 계획입니다.
그 위층에는 약 4,500제곱피트의 사무·회의·관리 공간이 들어섭니다. 데이터센터 운영을 위해 24시간 상주 보안 인력도 배치합니다. 냉각 장비와 비상용 디젤 발전기는 건물 옥상 서쪽에 진동을 줄이는 받침을 깔고, 바깥에서 보이지 않도록 가려서 설치합니다.

신청자는 이 시설이 연방정부의 정책 방향과 맞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캐나다 정부는 국가 안보와 경제 회복력을 이유로 국내 데이터센터를 늘리려 하고 있고, 이런 시설을 흔히 주권형(sovereign) 데이터센터라고 부릅니다.
신청 서류에서 회사는 “연방정부의 주권형 컴퓨팅 방침에 따라 모든 연산과 자료, 그 결과로 생기는 지식재산이 캐나다 영토 안에 남는다”고 밝혔습니다. 시설은 고성능 GPU·CPU와 메모리 묶음, 네트워크 장비, 전력 공급 설비, 정밀 냉각 설비를 설치하고 24시간 감시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전력·물 논란은 계속
최근 데이터센터, 특히 인공지능(AI) 전용 시설은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AI 연산은 일반 자료 저장보다 전기와 물을 훨씬 많이 쓰기 때문에 환경과 공공 기반시설에 부담을 준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번 신청서에는 어떤 종류의 데이터센터인지 명시돼 있지 않습니다. 다만 트루 노스는 자사 홈페이지에서 AI와 클라우드, 고밀도 연산 작업을 지원하는 시설을 짓고 운영한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부지에는 폐쇄형 순환 냉각 방식을 적용해 물 사용을 최소화합니다. 물은 순환 구조 안에서 재사용하고, 가장 더운 날에만 옥상 냉각기를 통해 증발이 일어나도록 설계했습니다. 또 회수한 저탄소 열을 인근 대형 복합개발에 나눠주는 지역난방 설비실도 넣기로 했습니다. BC 하우징이 추진하는 11에이커 규모 스키나 테라스 사회주택 재개발이 그 대상 중 하나입니다.
트루 노스는 2024년에 세워진 신생 기업입니다. 지금 캠룹스와 메릿에서 데이터센터 2곳을 운영하고 캠룹스에 1곳을 더 짓고 있어, 이스트 밴쿠버 시설은 네 번째가 됩니다. 회사는 다른 주로도 사업을 넓히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습니다.
광역밴쿠버에서는 텔러스와 웨스트뱅크가 함께 추진하는 AI 데이터센터 2건이 최근 관심과 비판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한 곳은 옛 후트스위트 사무실이 있던 마운트플레전트 건물을 개조하는 계획입니다. 지난달 밴쿠버 시의회는 주민 관심이 커지자 이 건을 시 직원에게 돌려보내 추가 검토와 공청회를 하도록 했고, 심의는 올가을 선거 뒤 2027년 차기 의회로 넘어갔습니다.
향후 전망
이번 건은 기존 건물을 고쳐 쓰는 방식이라 신축 데이터센터보다 심의가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전력 공급과 소음, 발전기 배출 문제에 대한 주민 의견이 어떻게 모이는지가 변수입니다.
밴쿠버 동부에 사는 한인 주민에게는 산업용 건물이 데이터센터로 바뀌는 흐름이 낯설 수 있습니다. 데이터센터는 고용 인원이 많지 않아 상권에 주는 효과는 제한적이지만, 오래 비어 있던 사고 현장 인근 부지가 다시 쓰이게 된다는 점은 지역 환경에 변화를 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