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ESC to close

캘거리 연립주택 5,000채의 교훈, 용도지역이 집 모양을 바꾼다


캘거리에서 단 2년 만에 연립주택 약 5,000채가 착공됐습니다. 기존에 한두 가구만 지을 수 있던 주거 필지에 밀도를 높일 수 있게 한 용도지역 변경이 이끈 결과입니다. 시의회는 최근 이 변경을 되돌렸지만, 그 2년은 규정이 집의 모양을 어떻게 결정하는지를 눈에 보이게 남겼습니다.


‘완만한 밀도’라고 불리는 방식이 캘거리를 휩쓸었습니다. 고층 아파트가 아니라 기존 주택가에 연립주택이나 소규모 다세대를 끼워 넣어 가구 수를 늘리는 방식입니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이 R-CG(Residential – Grade-Oriented Infill)를 기본 주거 용도지역으로 삼은 정책이었습니다. 시의회가 최근 이 변경을 철회했지만, R-CG가 기본이었던 24개월은 캘거리의 오래된 동네마다 눈에 보이는 흔적을 남겼습니다.

문제는 늘어난 가구 수만이 아니라 늘어난 방식이었습니다. 규정이 정한 틀 안에서 가장 효율적인 답을 찾다 보니 비슷하게 생긴 건물이 반복해서 지어졌습니다. 이 기사는 R-CG 대신 다른 용도지역을 택해 다른 결과를 만든 두 사례를 통해, 규정의 유연성이 결과물의 질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보여줍니다.

R-CG가 만든 반복되는 형태

일반적인 필지에서 R-CG는 3층짜리 네 가구가 붙은 육중한 연립주택 한 줄과, 그 옆에 늘어선 주차 차고 블록을 만들어냅니다. 더 큰 필지에서는 안뜰이 똑같이 생긴 두 개의 연립주택 블록을 가릅니다. 앞마당 잔디가 건물과 길을 갈라놓고, 좁은 통로가 보도에서 현관 계단까지 이어집니다.

캘거리대학교 건축·조경·계획대학의 프란시스코 알라니스 우리베 부교수는 용도지역이 건물의 물리적 형태를 결정하는 핵심 수단이라고 설명합니다. 필지마다 허용되는 이격거리와 높이를 정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 규정이 건물과 주변 환경의 조화를 이끌어낼 수 있지만, 유연성이 없으면 창의성을 억누른다고 말합니다. “이격거리가 매우 엄격하면 같은 상품이 계속 반복해서 나옵니다. 하지만 더 유연하면 같은 건축 면적으로도 다양한 건물 유형을 만들 수 있습니다.”

R-CG의 구체적인 규정은 이렇습니다. 필지당 최대 네 가구에 부속 주거를 더할 수 있고, 건물이 땅의 45~55%를 차지할 수 있으며, 최고 높이는 10미터입니다. 앞쪽 대지 경계선에서는 최소 3미터를 띄워야 하고, 뒤쪽 이격거리는 필지 모양에 따라 7.5미터에서 1.2미터까지 달라집니다. 이런 조건이 반복적인 연립주택을 양산했고, ‘미싱 미들’이라 불리는 중간 규모 주택 유형이 들어설 여지를 좁혔습니다.

잉글우드의 뉴모니카, 나무 일곱 그루를 지킨 선택

뉴모니카의 모든 주택은 최소 두 면에 창이 있어, 양끝 주차 공간이 아니라 안뜰을 바라본다.

건축가 케일라 브라운은 캘거리에서 가장 오래된 동네인 잉글우드(Inglewood)에서 두 도로에 면한 66×170피트 필지의 용도를 바꿨습니다. R-CG를 H-GO(Housing – Grade Oriented)로 재지정한 것입니다.

R-CG로도 16가구 연립주택 단지를 지을 수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경우 건물이 부지의 60%를 차지해, 땅에 있던 다 자란 나무 일곱 그루를 베어내야 했습니다. 브라운은 사업 일정이 몇 달 늘어나는 것을 감수하고 용도 변경을 택했습니다.

“R-CG는 형태가 특이하고 큰 부지에는 잘 맞지 않습니다.” 2019년 자신의 건축 스튜디오 볼드워크숍(Bold Workshop)을 세운 브라운의 설명입니다. 시는 2025년 초 용도 변경 신청을 승인했지만 이웃들이 결정에 항소하면서 절차가 넉 달 더 걸렸고, 착공 준비는 올해 6월에야 시작됐습니다.

기다린 값은 있었습니다. 2023년 캘거리의 오래된 동네에 중간 규모 주택 공급을 늘리려고 도입한 H-GO의 유연성 덕분에, 건축가는 두 가지 건물 배치에 세 가지 서로 다른 주거 유형을 담을 수 있었습니다. 뉴스트리트 SE에 면한 동은 지층 스위트 일곱 가구 위에 같은 수의 2층 스택 타운하우스가 올라갑니다. 세인트모니카 애비뉴에 가까운 동은 주차 차고 위에 2층 주택 두 가구가 놓입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16가구 전부가 최소 두 면에 창을 갖는다는 것입니다. 덕분에 집 안에서 양쪽 끝 주차 공간이 아니라 아늑한 안뜰을 바라보게 됩니다. 브라운은 이런 거주성이 R-CG 지구에서는 좀처럼 나오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H-GO에서는 “원하는 방식으로 가구를 배치하고 쌓을 자유와 유연성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써니사이드의 굿웨더, 고령자와 학생을 겨냥하다

3층 건물 두 동에 여덟 가구를 담은 저층 다세대 굿웨더가 캘거리 써니사이드에서 완공을 앞두고 있다.

맞춤형 용도지정인 다이렉트 컨트롤(Direct Control)도 설계 혁신을 돕고 있습니다.

써니사이드(Sunnyside)에서 완공을 앞둔 굿웨더(The Goodweather)는 가느다란 3층 건물 두 동에 여덟 가구를 담은 저층 다세대 주택입니다. 경전철역에서 걸어서 4분 거리인 이 임대 단지는 캘거리 도심에서 집 구하기가 특히 어려운 두 집단, 고령자와 학생을 겨냥했습니다.

지층에 있는 무단차 주택 네 가구는 이동이 불편한 거주자를 위한 접근성 요건을 갖췄습니다. 바깥 계단을 올라가면 룸메이트와 함께 사는 것을 염두에 두고 설계한 넉넉한 방 두 개짜리 타운하우스가 있습니다.

한쪽은 조용한 주택가 도로, 다른 쪽은 나무가 늘어선 놀이터를 마주한 부지에서, 굿웨더는 밝은 색 테두리로 강조한 두 개의 외벽과 지역 예술가 daniel j kirk가 그린 큰 벽화를 갖췄습니다.

잉글우드의 뉴모니카와 마찬가지로, 굿웨더의 독특한 배치도 용도 변경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원래 M-CGd72(Multiresidential – Contextual Grade-Oriented District)였던 부지를 스튜디오 노스(Studio North)의 수상작 구상에 맞춘 다이렉트 컨트롤 지구로 다시 지정했습니다.

스튜디오 노스의 파트너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데이먼 헤이스 쿠튀르는 이렇게 말합니다. “용도지역 규정을 충분히 알고 있으면 원하는 결과를 먼저 그려본 뒤, 그것을 실현할 적절한 경로를 찾을 수 있습니다.”


다만 정해진 틀 밖에서 짓는 일을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쿠튀르는 설계와 인허가에 드는 비용을 줄이려는 개발업체들 사이에 바닥을 향한 경쟁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수지를 맞추려면 모든 것이 판박이여야 합니다. 시스템이 똑같음과 예측 가능성에 보상을 주니까요.”

이 지적이 캘거리 실험의 핵심을 보여줍니다. 규정을 열어두면 밀도는 빠르게 올라가지만, 그 안에서 가장 싸고 안전한 답만 반복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더 나은 결과를 내려면 용도 변경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여기에는 몇 달의 시간과 이웃의 항소 위험이 따릅니다. 뉴모니카가 넉 달을 더 쓴 것이 그 예입니다.

캘거리는 최근 몇 년간 토론토와 밴쿠버에서 옮겨온 한인 가정이 늘어난 도시입니다. 오래된 동네의 단독주택 옆에 3층 연립주택이 들어서는 변화는 집을 사는 쪽과 이미 사는 쪽 모두에게 영향을 줍니다. 새로 짓는 집을 고를 때 가구 수와 가격만이 아니라, 창이 어디를 향하는지와 주차·안뜰 배치가 어떻게 잡혔는지를 함께 보면 실제 살기의 질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향후 전망

단기적으로는 R-CG 철회 이후 어떤 용도지역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지가 관건입니다. 기본 용도가 다시 좁아진 상태에서 H-GO나 다이렉트 컨트롤로 개별 변경하는 사업이 늘어난다면, 인허가 기간과 비용이 전체 공급 속도를 좌우하게 됩니다.

중기적으로는 이미 지어진 연립주택 5,000채가 어떻게 평가받는지가 변수입니다. 거주 만족도와 재판매 흐름이 확인되면서, 다른 도시가 캘거리 방식을 참고할지 아니면 유연성을 앞세운 대안을 택할지가 갈릴 수 있습니다.


원문: The Globe and Mail


CREAM Canada 카카오톡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