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의 무역전쟁 여파가 주택 매매를 넘어 임대 시장으로도 번지고 있습니다. 관세에 가장 크게 노출된 도시들의 임대료가 다른 지역보다 4배 빠르게 떨어졌습니다. 동시에 침체된 콘도 시장에서는 대형 투자자들이 미분양 물건을 일반 구매자보다 훨씬 싼값에 대량으로 사들이고 있습니다.
집값만 무역전쟁의 타격을 받는 것이 아닙니다. 임대료 역시 흔들리고 있으며, 그 낙폭은 지역에 따라 크게 갈립니다. 특히 미국 관세의 직접 영향권에 든 도시일수록 임대료가 더 빠르게 내려가고 있습니다.
관세 노출 큰 도시일수록 임대료가 빨리 떨어진다
Rentals.ca와 Urbanation의 새 자료에 따르면, 트럼프 관세에 가장 크게 노출된 10개 도시의 평균 임대료는 2025년 1월 이후 3% 떨어졌습니다. 노출이 가장 적은 10개 지역보다 4배 빠른 속도입니다. 일자리 감소와 무역전쟁의 불확실성 때문에 세입자들이 지출을 줄이거나 이사를 미루면서, 임대 시장은 아직 바닥을 찍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캐나다 전체가, 심지어 온타리오 안에서도 똑같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닙니다. 캐나다 상공회의소 분석에서 관세 노출 1위로 꼽힌 곳은 뉴브런즈윅주 세인트존(Saint John)이었습니다. 그리고 노출 상위 10개 도시 가운데 절반이 온타리오 도시였으며, 캐나다에서 임대료가 가장 많이 떨어진 도시도 그중에 있었습니다. 이들 도시는 모두 자동차 제조, 철강, 또는 미국으로의 산업 수출에 크게 의존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트럼프가 관세로 겨냥하는 산업입니다.
대형 투자자, 미분양 콘도 ‘벌크 할인’ 매입
침체된 콘도 시장에서는 또 다른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형 투자자들이 일반 구매자로서는 꿈도 꾸기 어려운 할인가에 미분양 콘도를 대량으로 사들이고 있는 것입니다.
온타리오주 정부의 Building Ontario Fund 지원을 받은 투자사 High Art Capital은 미드타운 토론토의 Line 5 단지에서 미분양 43채를 2230만 달러에 사들였습니다. 시세보다 크게 낮은 금액입니다. 이 회사는 해당 유닛을 임대로 전환할 계획이며, 이 가운데 약 4분의 1은 서비스노동조합(SEIU) 소속 의료 종사자에게 시세 이하로 우선 배정하기로 했습니다.
이처럼 대형 투자자가 침체기를 이용해 미분양 물건을 할인가에 쓸어 담는 일은 이미 알려져 있었지만, 실제 거래가 공개적으로 드러나는 경우는 드뭅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개발사는 자기 건물에 미분양이 있었다는 사실이 부각되는 것을 원치 않고, 대량 구매자는 자신이 받은 할인폭을 다른 투자자가 아는 것을 꺼립니다. 서로 가장 낮은 가격을 두고 경쟁하기 때문입니다. 양쪽 모두 개별 구매자들이 “대량 구매자는 할인을 받았다”는 사실을 아는 것을 원치 않는 셈입니다.
Line 5의 개발사인 Westdale Properties는 개발사 입장에서 이상적인 결말은 아니지만, 이번 매각으로 유닛이 빈집으로 남는 대신 실제 사람이 들어와 살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임대료 하락과 미분양 콘도의 벌크 할인은 서로 다른 현상처럼 보이지만, 뿌리는 같습니다. 무역전쟁과 경기 불확실성으로 수요가 약해지면서 시장 곳곳에 빈틈이 생겼고, 그 빈틈을 자금력이 있는 투자자가 파고들고 있는 것입니다.
향후 전망
관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계속된다면, 관세 노출이 큰 도시의 임대 시장은 당분간 약세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자동차·철강 산업 의존도가 높은 온타리오 도시에 거주하거나 투자를 검토하는 한인이라면, 임대료 흐름과 미분양 물량의 향방을 함께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반대로 임대료가 내려간 지역에서는 세입자에게 협상 여지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