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 경쟁국(Competition Bureau)이 퀘벡 부동산중개인협회(QPAREB)와 합의에 도달했습니다. 협회가 실거래가 같은 부동산 데이터 접근을 막아 경쟁법을 위반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앞으로 퀘벡 중개인은 매매가와 매물 이력을 담은 자료를 받고, 소비자에게도 온라인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됩니다.
부동산 거래에서 과거 실거래가와 매물 이력은 가격을 판단하는 가장 기본적인 정보입니다. 그런데 퀘벡에서는 중개인조차 이 자료에 충분히 접근하지 못했고, 이를 활용하는 방식에도 제약이 있었습니다. 이번 합의는 그 빗장을 푸는 조치입니다.
경쟁국은 QPAREB와 자회사인 소시에테 상트리스(Société Centris)가 회원에게 부동산 데이터 피드를 제공하지 않거나 제공을 소홀히 하고, 정보 활용 방식을 제한함으로써 경쟁법의 ‘지배적 지위 남용’ 조항을 어겼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경쟁국은 이런 관행이 ‘부동산 중개 서비스 시장에서 혁신을 가로막고 경쟁을 제한할 소지’가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무엇이 어떻게 바뀌나
합의에 따라 QPAREB는 매매가, 매물 이력, 주택 특성 등 거래와 관련된 정보를 담은 데이터 피드를 회원에게 제공합니다. 중개인은 가상 오피스 웹사이트(VOW)라고 불리는 보안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사는 쪽과 파는 쪽에게 실거래가를 포함한 일부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자동화된 데이터 피드는 단순 열람에 그치지 않습니다. 경쟁국은 이를 바탕으로 중개업소가 매물 비교 도구, 시장 가치평가 서비스, 데이터 시각화 플랫폼 같은 자체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봤습니다.
QPAREB의 중개 실무 담당 이사 나탈리 베갱(Nathalie Bégin)은 이번 합의로 중개인들이 자체 기술을 개발하고 고객에게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할 기회를 얻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앞으로 12개월 안에 시스템을 갖추면, 모든 부동산 중개인과 중개업소가 더 많은 도구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그는 중개업소가 반드시 새 기술을 개발하거나 추가 도구를 내놓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2016년 토론토 선례를 잇다
경쟁국은 2023년 QPAREB의 데이터 공유 관행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연방법원 명령을 받아, 데이터 제한이 미친 영향과 그 이유에 관한 자료를 협회로부터 확보했습니다.
경쟁국은 부동산 데이터 접근이 넓어지면 경쟁이 촉진되고 시장 투명성이 높아지며, 중개인이 소비자에게 더 많은 정보를 주는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고 봅니다. 경쟁국 대행 책임자 잔 프랫(Jeanne Pratt)은 성명에서 “부동산 데이터는 퀘벡 주민이 집을 살 때 내리는 가장 중요한 결정의 핵심”이라며 “이번 합의가 혁신을 촉진하고 경쟁을 키우며, 더 완전한 데이터 접근을 통해 소비자가 정보에 기반한 선택을 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합의는 2016년 토론토부동산위원회(현 TRREB) 관련 경쟁심판소 결정의 선례를 잇는 것입니다. 당시 결정 이후 캐나다의 주요 부동산 협회 대부분이 데이터 공유 관행을 바꿨다고 경쟁국은 설명했습니다. 다만 베갱은 퀘벡의 더 엄격한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비슷한 변화를 도입하기가 복잡했다고 말했습니다. QPAREB는 데이터 접근 확대에 반대한 적이 없으며, 다만 정보를 주법에 맞게 공유할 수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는 입장입니다.
이번 합의는 소비자 입장에서 의미가 작지 않습니다. 그동안 캐나다에서 실거래가 정보는 지역마다 접근성이 달랐고, 특히 퀘벡은 가장 닫혀 있는 편이었습니다. 집을 살 때 ‘이 가격이 적정한가’를 스스로 가늠하려면 과거 거래 기록이 꼭 필요한데, 이제 그 문이 열리는 셈입니다.
한국의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익숙한 한인 독자라면, 캐나다가 이제서야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점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QPAREB는 부동산중개법과 개인정보보호법 등 주 법규를 지키면서 향후 12개월에 걸쳐 합의 내용을 이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합의는 경쟁심판소에 등록돼 10년간 유효하며, 법원 명령과 동일한 법적 효력을 가집니다.
원문: REM (Real Estate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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