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 연방과 BC주가 미분양 콘도 2,200채를 사들여 저렴주택으로 바꾸겠다고 발표하면서 ‘BC 콘도 매입 계획’을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습니다. 부동산 업계는 발표가 너무 앞서갔고, 과거 정부 개입의 실패를 되풀이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이번 기사는 메트로밴쿠버(Metro Vancouver)에서 임대아파트와 개발부지 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중개사 Goodman Commercial(마크 굿맨 등)이 직접 쓴 칼럼입니다. 회사 측 시각이 담긴 분석이라는 점을 먼저 밝혀 둡니다.
마크 카니(Mark Carney) 총리와 데이비드 이비(David Eby) BC 주총리는 FIFA 월드컵 기간 중 함께 단상에 올라, 미분양 콘도 2,200채 이상을 저렴주택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이 발표는 곧바로 ‘구제금융(bailout)’이라는 별명이 붙으며, 평소 의견이 갈리던 좌파와 우파를 한꺼번에 비판하게 만들었습니다.
발표가 부른 ‘구제금융’ 논란
문제는 발표 시점에 정부조차 이 계획의 구체적인 설계를 정하지 못한 상태였다는 점입니다. 글쓴이는 지도부가 프로그램의 내용을 먼저 정의하지 않은 채, 눈길을 끄는 약속부터 내놓았다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공식 발표가 약속한 것은 “혁신적인 금융 수단을 활용해 우선성장지역의 빈 콘도 2,200채 이상을 저렴주택으로 전환한다”는 문구뿐이었습니다. 카니 총리는 “적절한 금융 기법”으로 집을 더 저렴하게 만들면서, 동시에 팔리지 않은 재고 물량을 시장에서 걷어내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를 “장부에 쌓인 과잉 물량을 정리하는 방법”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 발표는 많은 사람이 요구해 온 더 중요한 조치, 즉 시 단위 개발부담금(DCC)을 50% 줄이는 방안 같은 정책을 가려 버렸다는 비판도 받았습니다. 정작 핵심 대책은 뒤로 밀렸다는 것입니다.
뒤늦은 해명, 무계약금 렌트투오운
발표 일주일 뒤에야 카니 총리와 이비 주총리는 내용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 계획은 무이자·무계약금 ‘렌트투오운(rent-to-own)’ 방식으로, BC주가 주도하고 연방은 소액만 지원해 부실 콘도를 사들인 뒤, 계약금을 마련하지 못한 실수요자에게 넘기는 구조입니다.
두 사람은 이 계획이 ‘구제금융’과는 다르다고 거듭 선을 그었습니다. 대량으로 한꺼번에 매입하면 대체원가(새로 지을 때 드는 비용)보다 싸게 살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글쓴이도 이 점은 틀리지 않다고 봅니다. 이미 대형 투자자들이 같은 기회를 노리고 팔리지 않은 콘도 묶음을 찾아다니고 있고, 지금 가격이라면 정부가 직접 짓는 것보다 개발사에서 사들이는 편이 더 쌀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작 ‘파는 쪽’인 개발사들은 협의를 받은 적이 없고, 일부는 공개적으로 “원하지도 요청하지도 않은 도움”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신규주택 GST(부가가치세) 감면 확대처럼 더 효과적인 대안을 선호한다고 말합니다. 연방 정부는 온타리오에 적용한 것과 같은 GST 혜택을 BC에도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이비 주총리는 “BC는 이미 생애최초 구매자에게 GST를 면제하고 있다”며 이를 거절했습니다.
글쓴이가 짚는 더 깊은 문제는 ‘조건’입니다. 정부가 자산을 사들이는 프로그램은 매입 가격, 속도, 설계 같은 조건에 따라 성패가 완전히 갈립니다. 잘 설계되면 재고를 줄이고 사람들에게 집을 마련해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격을 잘못 매기거나, 너무 느리게 움직이거나, 설계가 허술하면 문제를 풀기는커녕 오히려 키울 수 있습니다. 가격을 낮춰 팔았을 개발사들이, 정부 매수를 기다리며 재고를 그냥 끌어안고 버티게 되기 때문입니다.
글쓴이는 몇 년 전 ‘BC 임대보호기금(BC Rental Protection Fund)’을 비슷한 실패 사례로 듭니다. 이 기금은 비영리 단체에 자본을 줘 기존 아파트를 사들이고 시세보다 싸게 운영하도록 설계됐습니다. 그런데 자금이 풀리고 화려한 발표가 이어지던 시기에, 자기 건물을 이 단체에 팔고 싶다는 매도 문의가 쏟아졌습니다. 집값이 떨어지는 시장에서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매수자가 시세보다 비싸게 사 준 거래가 적지 않았다는 분석이 그 이유를 보여 줍니다.
밴쿠버 부동산 시장을 지켜보는 한인 실수요자에게도 이 논쟁은 남의 일이 아닙니다. 미분양 콘도를 저렴하게 풀겠다는 약속은 무주택 구매자에게 솔깃하게 들리지만, 누가·어디서·얼마에·언제 집을 받게 되는지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제도의 세부 조건이 나오기 전까지는 기대와 우려를 함께 놓고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향후 전망
앞으로 정부가 매입 가격 기준, 대상 지역, 공급 시점 같은 구체적인 조건을 내놓는지가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조건이 분명하고 시장 가격에 맞게 설계된다면 과잉 재고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세부 설계가 늦어지거나 가격이 시장과 맞지 않는다면, 개발사들이 매각을 미루며 재고가 더 오래 묶일 위험도 있습니다. 발표만 앞서고 실행이 따라오지 못할 경우 효과보다 부작용이 클 수 있어, 구체적인 시행안 발표를 지켜봐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