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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첫 집 평균 41세에나, ‘RBC 설문’ 주택 사다리 양쪽서 무너졌다


캐나다에서 처음 내 집을 사려는 사람들은 이제 평균 41세에나 집을 살 계획입니다. 지금 집을 가진 사람들보다 12년이나 늦습니다. RBC의 2026 주택소유 설문은 집을 처음 사기도, 더 좋은 집으로 갈아타기도 모두 어려워지면서 캐나다의 ‘주택 사다리’가 양쪽에서 무너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주택 사다리(property ladder)’는 처음에 작은 집을 사서 살다가, 집값이 오르고 재산이 쌓이면 더 큰 집으로 한 단계씩 옮겨 가는 과정을 말합니다. 그동안 캐나다 주택 시장은 이 사다리를 중심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RBC(캐나다왕립은행)가 1,800명이 넘는 캐나다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을 보면, 이 사다리가 첫 칸부터 흔들리고 있습니다.

사다리에 처음 올라서기도 어렵고, 일단 올라서도 다음 칸으로 올라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집을 사려는 사람은 생애 후반이 돼서야 시장에 들어오고, 이미 집을 가진 사람은 더 좋은 집으로 옮기지 못한 채 묶여 있습니다. 이런 교착이 시장 전체를 짓누르고 있다는 것이 이번 설문의 핵심입니다.

첫 주택 구매, 평균 41세로 늦어졌다

RBC 설문에 따르면 처음 집을 사려는 사람들은 평균 41세에 집을 살 계획이라고 답했습니다. 지금 집을 가진 사람들이 집을 처음 산 나이보다 12년이나 늦습니다. 이마저도 낙관적인 숫자일 수 있습니다. 예비 첫 구매자의 거의 절반이 자신이 언제 집을 살 수 있을지조차 확신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내 집 마련이 과거보다 훨씬 어려워졌다는 인식도 뚜렷합니다. 집이 없는 사람의 74%가 “지난 세대보다 내 집을 갖기가 훨씬 어렵다”고 답했고, 77%는 “집을 사는 것이 과거보다 어려워졌다”고 봤습니다. 또 60%는 “전통적인 구매 조언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답했는데, 이미 집을 가진 사람들도 이 점에는 대체로 공감했습니다.

첫 구매자들은 이런 현실에 맞춰 전략을 바꾸고 있습니다. 설문에서 예비 첫 구매자의 74%는 잠깐 살다 갈아탈 ‘스타터홈’이 아니라 오래 살 집을 찾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생애 처음 집을 평균보다 12년 늦게 사게 되면, 필요한 집의 조건 자체가 달라집니다. 소득이 가장 많이 늘어나는 시기까지 구매를 미루면 더 큰 집을 감당할 여유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집을 가진 사람도 ‘갈아타기’를 못 한다

높은 집값은 첫 구매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미 집을 가진 사람들도 더 좋은 집으로 옮기지 못하면서 시장이 꽉 막히는 ‘교착(gridlock)’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현재 집을 가진 사람의 46%는 더 크거나 다른 집을 원하지만 재정적으로 현실성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또 52%는 첫 집에서 다음 집으로 갈아타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고 했습니다. 이는 업계 전체가 곧 체감하게 될 문제입니다. 스타터홈을 가진 사람이 다음 칸으로 올라가지 못하면, 그 집을 팔려는 사람도 집을 내놓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RBC의 선임 모기지 전문가 Brad Evjen은 오래 살 집을 처음부터 사는 것이 늘 최선은 아니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는 “오래 머물 집을 사면 보통 예산을 더 늘려야 하므로, 계산이 양쪽 방향으로 모두 맞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보통은 매달 내는 돈보다 다운페이먼트(계약금)를 마련하는 것이 더 큰 벽입니다. 그래서 첫 구매자들은 점점 더 부모의 도움, 이른바 ‘엄마 아빠 은행’에 기대고 있습니다. 다만 모든 부모가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며, 일부는 자신의 생활비조차 도움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다세대 동거가 다시 늘고 있다

감당하기 어려워진 집값은 캐나다의 가구 형태를 전쟁 이전 모습으로 되돌리고 있습니다. 부모가 성인이 된 자녀와 함께 사는 다세대 동거(multi-generational living)가 다시 늘고 있는 것입니다.

설문에서 예비 첫 구매자의 57%가 다세대 거주를 고려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첫 구매자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전체 구매자의 53%도 다세대 거주를 고려했는데, 여기에는 이미 집을 가진 사람들도 포함됐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부모가 다운페이먼트를 보태 주는 것이 흔한 일이 됐는데, 이제는 아예 함께 사는 쪽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예비 첫 구매자의 29%는 다세대 매입이 “선택이 아니라 필요”라고 답했습니다. 부모들도 이에 호응하고 있습니다. 집주인의 35%는 자녀가 시장에 들어오도록 돕기 위해 자신의 집을 팔고 자녀와 함께 집을 공동으로 사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번 설문이 보여주는 것은 사다리의 첫 칸에 올라서기도 어렵고, 올라섰다고 해서 끝까지 오를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현실입니다. 집을 사려는 사람은 생애 훨씬 늦은 시기까지 기다려야 하고, 집을 가진 사람은 더 좋은 집으로 옮기지 못한 채 묶여 있습니다. 그 사이를 메우는 것이 바로 가족이 돈을 모아 함께 집을 사는 방식입니다.

한국에서도 결혼과 내 집 마련 시기가 계속 늦어지고, 부모가 자녀의 주택 자금을 돕는 일이 흔해진 흐름과 닮아 있습니다. 캐나다 한인 가정에게도 다세대 동거나 가족 공동 매입은 더 이상 특별한 선택이 아니라 현실적인 대안이 되고 있습니다. 다만 Brad Evjen의 조언처럼, 함께 사는 집을 살 때는 당장의 매달 납입액뿐 아니라 가족 모두의 장기 재무 계획까지 함께 따져 봐야 합니다.

향후 전망

차입 비용과 집값 부담이 지금처럼 이어진다면, 첫 구매 연령이 더 늦어지고 다세대 동거를 택하는 가구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 집주인의 갈아타기가 막혀 있는 한, 스타터홈을 포함한 하위 시장의 거래가 둔해지고 매물이 묶이는 현상도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원문: Better Dwel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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