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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사, 콘도 23채 할인 매각 합의했지만 대주가 막아섰다


광역밴쿠버에 준공 후 안 팔린 콘도가 쌓이면서 정치권은 개발사를 겨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 소송은 개발사가 가격을 마음대로 낮출 수 없는 구조를 드러냅니다. 대출 계약에 걸린 최저 매매가 조항 때문입니다.


밴쿠버의 미분양 콘도 문제는 집값·공급 논쟁의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준공됐는데도 안 팔리는 콘도가 수천 채에 이르자, 주정부는 개발사가 가격을 낮추지 않는다고 비판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BC 대법원 소송은 그 비판이 놓치고 있는 부분을 보여줍니다. 개발사도 함부로 가격을 내릴 수 없는 사정이 있다는 것입니다.

밴쿠버 부동산 시장을 지켜보는 한인 투자자와 실수요자에게도 의미 있는 사례입니다. ‘왜 안 팔리는 콘도를 싸게라도 팔지 않을까’라는 의문에 대한 답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주정부는 개발사를, 전문가는 대출 구조를 지목

BC 주총리 데이비드 에비는 올해 초 연방 지원을 받아 미분양 콘도를 사들여 임대와 렌트투오운(임대 후 분양)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내놨습니다. 이 제안이 비판을 받자 에비는 조기 총선을 선언했고, 최근에는 준공 후 안 팔린 콘도에 새로운 세금을 매기는 안을 제시했습니다. 공실 1년 차에 2%를 부과하고, 이후 매년 1%포인트씩 올리는 방식입니다.

에비는 9월 25일 버나비 기자회견에서 “수천 채가 2년 넘게 팔리지 않고 있고, 개발사 10여 곳이 그 절반 이상을 보유하면서 사람들이 낼 수 있는 가격에 팔지 않는다”고 비판했습니다. 광역밴쿠버의 미분양 콘도 가치는 46억 달러로 추산됩니다.

하지만 KSW 로펌의 아만 S. 빈드라 변호사는 다른 설명을 내놓습니다. “대부분의 건설 대출에는 최저 매매가 조항이 있습니다. 대출 계약서에 ‘이 세대들의 가치는 얼마이고, 얼마에 팔 수 있을 것으로 본다’는 내용이 담기고, 그 가격의 90~95% 아래로는 팔 수 없게 돼 있습니다.”

할인 매각이 막힌 이유, 그리고 실제 소송

빈드라 변호사는 숫자로 구조를 설명합니다. 개발사와 대주(돈을 빌려준 쪽)가 100세대 프로젝트에 1억 달러 대출 계약을 맺었다고 가정해 봅니다. 개발사가 90세대를 할인해 총 8,000만 달러에 팔았다면, 남은 10세대를 2,000만 달러에 팔아야 대출을 갚을 수 있습니다. 지금 같은 시장에서는 이게 쉽지 않습니다. 결국 개발사가 남은 세대를 제값에 팔지 못하면 그 손실은 대주가 떠안게 됩니다. 대주가 할인 매각을 꺼리는 이유입니다.

이런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가 Westbank와 번호회사 1397676 B.C. Ltd. 간의 소송입니다. 2026년 2월 제기된 민사소송에 따르면, 이 번호회사는 2025년 10월 웨스트밴쿠버 호스슈베이(Horseshoe Bay)의 158세대 럭셔리 콘도 ‘Sanctuary’에서 준공 후 안 팔린 23채를 3,000만 달러에 사기로 합의했습니다. 이 가운데 17채는 다시 되팔(전매) 계획이었습니다. 원고는 합의된 가격이 “이전에 내놨던 가격보다 낮거나 크게 낮았다”고 주장했습니다. Westbank가 대량 할인에 동의했다는 뜻입니다.

거래는 2025년 11월 28일 마무리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Westbank가 QuadReal Property Group이 보유한 모기지를 말소하지 못하면서 거래가 끝내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QuadReal은 브리티시컬럼비아 투자관리공사(BCIMC)의 부동산 자회사입니다. Westbank는 예정일 하루 전인 11월 27일 구매자에게 이를 통보하고 계약금을 돌려줬습니다.


이 사례는 미분양 콘도 문제를 ‘개발사의 욕심’ 하나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개발사, 대주, 주정부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할인 매각을 막는 것이 개발사가 아니라 대출 조건일 수 있다는 사실은, 공실세 같은 정책이 실제로 어떤 효과를 낼지 가늠하는 데도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밴쿠버 콘도 매수를 고려하는 한인 실수요자라면, 할인 매물로 보이는 거래라도 대출 구조에 따라 무산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원문: The Globe and 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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