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C주 주도 빅토리아(Victoria)시와 바로 북쪽의 사니치(Saanich) 구가 10월 17일 지방선거에서 두 지자체의 통합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plebiscite)를 함께 치릅니다. 다만 이 투표는 구속력이 없어, 찬성이 많아도 곧바로 합병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지자체를 합치는 문제는 단순한 행정 구역 조정이 아닙니다. 재산세율과 행정 서비스, 주택·교통 계획까지 주민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빅토리아와 사니치가 이 문제를 주민에게 직접 묻습니다.
두 지방정부는 10월 17일 지방선거에서 똑같은 질문을 주민에게 던집니다. “사니치와 빅토리아가 하나의 지자체가 되는 것을 지지하십니까?”라는 물음입니다. 다만 이 주민투표는 구속력이 없습니다. 양쪽 모두에서 찬성이 다수로 나오더라도 자동으로 합병이 이뤄지지 않고, 추가 연구와 주정부의 참여를 거친 뒤에야 법적 구속력을 가진 주민투표를 다시 검토할 수 있습니다.
찬성해도 바로 합쳐지지 않는 ‘비구속’ 투표
사니치 구가 설명한 절차에 따르면, 두 지역 모두에서 찬성이 다수로 나오면 이번 선거로 새로 뽑히는 의회가 후속 작업을 추진하라는 분명한 주민 지지 신호가 됩니다. 반대로 어느 한쪽이라도 주민이 반대하면 합병 논의는 그 자리에서 멈춥니다.
합병이 이뤄지면 두 지자체의 지방정부와 행정이 하나의 더 큰 지방정부 아래로 묶이게 됩니다. 규모를 가늠해 보면, 주정부 통계청 기준으로 두 지역의 인구를 합치면 2025년 기준 23만 명입니다. 사니치가 12만 6천 명, 빅토리아가 10만 4천 명으로, 버나비(Burnaby)시와 비슷한 규모입니다. 2046년에는 합산 인구가 25만 7천 명(사니치 13만 5천, 빅토리아 12만 2천)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면적 차이는 큽니다. 빅토리아시는 19.5제곱킬로미터로 뉴웨스트민스터(New Westminster)시보다 조금 큰 작은 면적입니다. 반면 북쪽의 사니치 구는 104제곱킬로미터로 밴쿠버시에 견줄 만합니다. 사니치는 수도권지역구(Capital Regional District)를 이루는 13개 지자체 가운데 가장 넓고 인구도 가장 많습니다. 두 곳이 합쳐지면 새 도시의 총면적은 약 124제곱킬로미터가 됩니다.
8년 걸린 논의, 그러나 남은 숙제 ‘비용’
이번 주민투표는 하루아침에 나온 것이 아닙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두 지역 주민이 합병 가능성을 검토할 시민의회(Citizens’ Assembly) 구성에 찬성하면서 긴 과정이 시작됐습니다. 주정부도 일부 자금을 지원했습니다.
코로나19로 지연된 끝에 시민의회는 2024~2025년에 광범위한 공개 협의를 포함한 작업을 진행했고, 2025년 7월 두 의회에 최종 보고서를 제출하며 합병을 권고했습니다. 보고서는 “비용과 이점, 단점을 가능한 한 검토한 결과 빅토리아와 사니치의 합병을 권고한다”며 “두 지자체 사이의 행정 경계는 보이지 않고, 주민으로서 우리의 삶은 서로 얽혀 있다. 이제 거버넌스 구조가 그 현실을 반영할 때”라고 밝혔습니다. 시민의회는 하나로 합친 도시가 주택, 교통, 기반시설, 긴급 서비스의 조율과 장기 계획을 개선하고 책임 소재도 더 분명하게 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재정 문제는 아직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사니치 구는 시민의회 보고서가 합병 비용과 재산세율에 미칠 영향에 대한 포괄적 추정을 담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두 시장은 시민의회 권고에 따라 2025년 10월 주정부에 구속력 있는 주민투표를 10월 2026년 지방선거 때 치를 수 있게 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주정부는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며 이를 거부했습니다. 2026년 4월 주택·지방사무 장관 크리스틴 보일(Christine Boyle)은 두 시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재정적 영향, 합병 지자체로의 전환, 거버넌스 변화, 행정 서비스에 미칠 영향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주정부 승인 없이도 비구속 투표는 치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지자체 합병은 당장 재산세가 오를지 내릴지, 쓰레기 수거나 교통 같은 서비스가 어떻게 바뀔지와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빅토리아와 사니치처럼 생활권이 사실상 하나로 얽힌 지역에서 통합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캐나다의 지방정부 구조에 관심 있는 한인 독자에게도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특히 비용 추정이라는 가장 현실적인 숙제가 아직 남아 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향후 전망
이번 비구속 투표에서 양쪽 모두 찬성이 다수로 나오면, 새로 구성되는 의회가 재정 영향 분석 등 후속 작업에 착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합병 비용과 재산세율에 대한 구체적 수치가 나오기 전까지는 법적 구속력을 가진 주민투표로 넘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같은 날 밴쿠버시 주민은 공공장소 마약 사용 단속 강화 등을 묻는 별도의 비구속 자문 투표도 치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