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방정부와 BC주가 메트로 밴쿠버(Metro Vancouver)의 빈 콘도를 사들여 저렴주택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보수당 대표 피에르 폴리에브(Pierre Poilievre)는 이를 “개발업체 구제금융”이라며 즉각 백지화를 요구했습니다.
캐나다 주택 정책을 놓고 연방·주정부와 야당이 정면으로 부딪쳤습니다. 무대는 한인이 많이 거주하는 메트로 밴쿠버입니다. 핵심 쟁점은 분명합니다. 팔리지 않고 비어 있는 콘도를 정부가 사들여 저렴주택으로 바꾸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가격을 낮추지 않는 개발업체를 세금으로 구해주는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이 논쟁은 단순한 정치 공방을 넘어, 밴쿠버 콘도 시장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를 보여주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시장에는 팔리지 않은 콘도가 빠르게 쌓이고 있습니다.
카니·이비 “빈 콘도 2,200채를 저렴주택으로”
지난 목요일 마크 카니(Mark Carney) 총리와 BC주 데이비드 이비(David Eby) 주총리는 함께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연방정부가 앞으로 10년간 ‘Build Communities Strong Fund’를 통해 BC 지역 인프라에 50억 달러 이상을 투입한다는 내용입니다.
이 가운데 한 축이 ‘캐나다-BC 콘도 전환 파트너십’입니다. 이른바 “혁신적 금융 수단”을 활용해 비어 있는 콘도 2,200채 이상을 저렴주택으로 바꾸겠다는 것입니다. 총리실은 보도자료에서 “이것이 주택 공급을 늘리는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 중 하나이며, BC 주민을 새롭고 저렴한 주택으로 최대한 빠르게 맞아들이는 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폴리에브 “이익은 사유화, 손실은 사회화”
폴리에브 대표의 반응은 정반대였습니다. 일요일 오후 밴쿠버에서 그는 기자들에게 “당신을 위한 구제금융은 어디 있느냐”고 되물으며, 카니 총리가 “리버럴 권력층 인맥에 속한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구제금융을 주려는 것 같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진짜 “혁신적 금융 수단”이란 단순히 가격이 누군가 사거나 빌릴 수 있는 수준까지 내려가기를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개발업체가 더 좋았던 시장 환경에서 콘도를 짓기로 한 위험을 스스로 감수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주택 거품기에 그 콘도를 짓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거품이 꺼진 시점에 그 집을 팔고 있는 겁니다. 위험을 걸었는데 그게 성과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죠.” 그는 또 총리가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하려 한다”며 “공짜 점심은 없다. 그 손실은 결국 누군가가 치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우려는 야당만의 것이 아닙니다. 일부 주택 전문가도 가격을 낮추지 않는 개발업체에 대한 사실상의 구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사이먼프레이저대학(SFU) 시티프로그램 책임자이자 도시계획가인 앤디 얀(Andy Yan)은 CBC에 “이것이 정말로 산업을 돕는 것인지, 아니면 일부 개발업체의 잘못된 사업 판단에 대한 구제인지”를 물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빈 콘도 1년 새 76% 급증
이 논쟁의 배경에는 실제 수치가 있습니다. 캐나다주택금융공사(CMHC)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메트로 밴쿠버에는 완공된 뒤 비어 있는 콘도가 4,376채에 달했습니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76% 늘어난 규모입니다.
카니 총리는 정부가 “올바른 금융 장치”를 활용해, 그대로 두면 “앞으로 몇 년 더” 비어 있을 콘도를 저렴주택으로 바꾸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비판하는 쪽은 이 방식이 시장이 스스로 가격을 조정하는 과정을 정부가 대신 떠안는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번 논쟁은 밴쿠버에 집을 사려는 한인 실수요자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완공된 콘도가 1년 새 76%나 늘어 비어 있다는 것은, 분양가와 실제 구매자가 감당할 수 있는 가격 사이에 큰 차이가 벌어졌다는 뜻입니다. 정부가 이 빈 콘도를 사들이면 단기적으로 저렴주택 공급은 늘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격이 자연스럽게 내려갈 기회를 정부가 막는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어느 쪽이든, 지금 밴쿠버 콘도 시장이 분명한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는 점은 매수를 고민하는 분들이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향후 전망
이 대책이 실제로 시행되려면 구체적인 금융 구조와 매입 조건이 더 나와야 합니다. 만약 정부 매입이 본격화된다면 저렴주택 물량은 늘겠지만, 개발업체가 분양가를 낮출 동기는 줄어들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정책이 무산되거나 규모가 줄어든다면, 쌓인 빈 콘도가 시장 가격을 더 끌어내리는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원문: CBC New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