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방 정부와 BC주 정부가 민간 개발사가 지은 미분양 콘도를 사들여 무주택 노동자용 부담가능 주택으로 바꾸려는 계획을 본격 방어하기 시작했습니다. 두 정부는 “할인된 가격에 부실 콘도를 사서 임대후분양(rent-to-own) 주택으로 전환하는 것이지, 개발사 이윤을 보전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계획은 연방 정부와 BC주 정부가 함께 BC에서 팔리지 않은 분양 콘도를 최대 2,200채까지 매입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지난주 연방-주 인프라 협정의 일부로 처음 공개됐는데, 발표 직후 야당 정치인과 납세자 단체 등에서 “세금으로 개발사를 구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습니다.
당시에는 구체적인 운영 방식이 공개되지 않아 정책의 의도를 두고 추측이 많았습니다. 6월 25일(목) 데이비드 이비(David Eby) BC 주총리와 마크 카니(Mark Carney) 연방총리는 각각 추가 세부안을 내놓으며 직접 진화에 나섰습니다.
계약금 없는 임대후분양 모델
이 계획의 핵심은 임대후분양 프로그램입니다. 매달 임대료는 낼 수 있지만 목돈인 계약금(down payment)을 모으지 못해 자가 마련의 첫 문턱을 넘지 못하는 세입자를 겨냥합니다.
연방 기관인 빌드 캐나다 홈스(Build Canada Homes)와 주 공기업 BC 하우징(BC Housing)이 함께 BC 내 성장 우선 지역의 신축 미분양 콘도를 사들이는 방식입니다. 이비 총리는 “많은 사람들, 특히 젊은 층은 임대로 살고 있고 그 임대료가 모기지 상환금과 관리비를 충분히 낼 수 있는 수준인데도 계약금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건설 원가나 그 이하 가격에, 개발사 이윤 없이 부실 콘도 단지를 사들이고, 임대후분양 프로그램으로 금융을 지원하면 단순히 집값이 떨어지는 것과는 다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부 직접 재정 약 3억 달러
카니 총리는 이날 오타와에서 따로 연 기자회견에서 14억5천만 달러 규모인 이 계획에 연방 정부가 약 10%, 즉 약 1억4,500만 달러의 금융을 댄다고 밝혔습니다.
이비 총리는 이후 자신의 기자회견에서 BC주도 비슷한 규모를 직접 투입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직접 재정은 총 약 3억 달러가 되고, 14억5천만 달러까지의 나머지 차액은 금융(financing)으로 충당됩니다. 이비 총리는 “예를 들어 건물을 사서 임대후분양으로 넘기기 전까지 잠시 보유해야 할 때, 그 보유를 돕는 것이 금융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비 총리는 이 계획이 미분양 재고로 어려움을 겪는 개발사를 구제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을 거부했습니다. 그는 “고가 시장에 베팅했다가 큰 손실을 마주한 콘도 개발사라면, 우리가 제안하는 정책은 그들을 돕지 않는다”며 “주택을 더 부담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이고 여기에는 불가피한 시장 조정도 포함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사회주택과는 다른 대상
언론이 이 돈을 사회주택에 쓰는 것이 낫지 않으냐고 묻자, 이비 총리는 이미 상당한 사회주택이 지어지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는 2026년에 사회주택 3,000세대가 완공·입주 단계에 이른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 새 프로그램은 사회주택 자격 기준과 일반 자가소유 사이에 낀 가구, 즉 “적정 수준의 임대료는 낼 수 있지만 계약금을 마련하지 못해 그동안 제도적으로 소외돼 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별도로 지난주 패키지에는 BC 지자체가 부과하는 개발부담금을 적격 신축 사업에 대해 최대 50%까지 줄이는, 10년간 최대 32억 달러 규모의 지원도 담겼습니다. 이는 연방 정부와 온타리오주가 먼저 발표한 전략과 비슷한 방식입니다.
이번 정책은 한국의 청년·신혼부부 대상 임대후분양이나 지분적립형 주택과 비슷한 발상이어서 한인 실수요자들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특히 밴쿠버 지역 한인 세입자 중에는 매달 임대료는 감당하지만 목돈 계약금이 없어 내 집 마련을 미뤄 온 가구가 적지 않습니다. 만약 이 프로그램이 실제로 시행된다면, 계약금이라는 첫 관문을 낮춰 주는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아직 세부 운영 방식과 자격 기준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은 주의해야 합니다. 발표가 세부안보다 먼저 나오면서 혼선이 컸다는 점은 이비 총리도 인정한 부분입니다.
향후 전망
구체적인 매입 대상 건물과 임대후분양 전환 조건이 공개되면, 이 정책이 실제 부담가능 주택 공급으로 이어질지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 조정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부가 건설 원가 이하로 미분양 물량을 사들이는 전략이 실수요자에게 얼마나 돌아갈지가 주목할 부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