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에서 태어났다는 것이 흔히 생각하는 만큼 자산에서 유리한 조건은 아니라는 통계청(StatCan) 연구가 나왔습니다. 10년 넘게 정착한 이민자 가구가 모든 자산 구간에서 캐나다 태생 가구를 앞섰고, 그 배경에는 토론토·밴쿠버 같은 비싼 지역에 몰린 부동산 자산이 있었습니다.
통계청은 35~64세 캐나다 태생 가구와 캐나다에 10년 이상 산 정착 이민자 가구의 순자산을 비교했습니다. 순자산은 가진 자산에서 빚을 뺀 실제 재산을 뜻합니다. 연구는 가구를 재산 순으로 4개 구간(분위)으로 나눠 살펴봤습니다.
결과는 다소 의외였습니다. 이민자 그룹이 모든 구간에서 캐나다 태생을 앞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더 흥미로운 부분은 ‘얼마나 많은가’가 아니라 ‘어떻게 그 재산을 모았는가’에 있습니다. 캐나다 태생은 연금으로, 이민자는 주택으로 재산을 쌓았습니다.
상위 절반은 재산 총량은 비슷, 구성은 딴판
재산 상위 구간에서는 두 그룹의 평균 순자산 차이가 거의 없었습니다. 상위 25%에 해당하는 4분위를 보면, 캐나다 태생 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290만 8,900달러였습니다. 이민자 그룹과의 차이는 4,600달러에 그쳐,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재산을 담는 그릇이 서로 달랐습니다. 캐나다 태생은 고용주가 함께 붓는 등록연금(RPP)에 4분위 기준 64만 9,800달러를 넣어 두고 있었습니다. 이민자보다 69%(26만 5,400달러) 많은 금액입니다. 반대로 이민자는 집으로 재산을 쌓았습니다. 이민자 4분위의 1차 주택 순자산은 107만 300달러로, 캐나다 태생보다 48.9%(35만 1,700달러) 많았습니다. 3분위에서도 이민자의 주택 순자산은 54만 2,000달러로 65.9%(21만 5,300달러) 더 많았습니다.

통계청은 이 격차의 상당 부분이 ‘사는 곳’ 때문이라고 봤습니다. 연구진은 “4분위에서 정착 이민자와 캐나다 태생 가족 사이 주택 순자산 차이의 약 81%가 거주지로 설명된다”고 밝혔습니다. 이민자가 토론토·밴쿠버처럼 집값이 비싼 지역에 더 많이 몰려 살기 때문입니다. 이 비중은 3분위에서 53%로 줄지만 여전히 큽니다.
하위 절반에서는 캐나다 태생이 오히려 뒤처졌다
재산 하위 구간으로 내려가면 격차의 방향이 뒤집힙니다. 캐나다 태생이 이민자보다 재산이 적었습니다. 2분위 캐나다 태생 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34만 8,500달러로, 이민자보다 18.2%(7만 7,500달러) 낮았습니다. 가장 낮은 1분위에서는 차이가 더 벌어졌습니다.

이번에도 주택 순자산이 숫자를 좌우했습니다. 캐나다 태생 2분위 가구의 1차 주택 순자산은 평균 14만 1,300달러로, 이민자에 크게 못 미쳤습니다. 1분위는 1만 3,000달러에 그쳤습니다. 통계청은 “1분위와 2분위 모두에서 캐나다 태생 가족의 재산이 정착 이민자보다 약 20% 적었으며, 이는 대부분 주택 순자산이 더 적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라고 해서 체감되는 큰 차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2분위에서 이민자가 더 가진 주택 순자산도, 토론토·밴쿠버 같은 주요 이민 도시에서 단독주택 계약금에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이 연구가 던지는 진짜 메시지는 상위 구간에 있습니다. 이민자가 캐나다 태생을 앞선 이유는 단지 부동산 때문이 아니라, 캐나다 대도시의 부동산 버블에 더 많이 올라탔기 때문입니다. Better Dwelling은 바로 이 점이 이민자의 자산을 불안하게 만든다고 봤습니다. 재산이 한곳(부동산)에 몰려 있으면, 오를 때는 복리처럼 불어나지만 내릴 때도 같은 논리가 반대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캐나다로 건너온 많은 한인 가정도 자산의 상당 부분을 집 한 채에 두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집값이 오르는 동안에는 자산이 빠르게 불어난 것처럼 보여도, 그 재산이 부동산에 지나치게 쏠려 있으면 시장이 주춤할 때 그만큼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연금·예금 등으로 자산을 나눠 두는 일이 왜 중요한지 다시 생각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향후 전망
집값 상승이 이어지는 동안에는 부동산에 집중된 자산이 계속 유리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금리나 시장 흐름이 바뀌어 집값 상승세가 꺾인다면, 자산이 부동산에 몰린 가구일수록 더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번 통계청 연구는 재산의 ‘크기’만큼이나 ‘구성’을 함께 봐야 한다는 점을 일깨웁니다.
원문: Better Dwell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