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C주가 2027년 임대료 인상 상한을 2.3%에서 2.2%로 낮춥니다. 세입자에게는 당장 반가운 소식이지만, 전문가는 이런 규제가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주거비를 더 비싸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BC주 정부는 지난주 2027년 임대료 인상 상한을 2.2%로 정한다고 발표했습니다. 2026년의 2.3%보다 조금 더 낮아진 것입니다. 이는 7년 연속으로 최대 허용 인상률을 물가 상승률과 같거나 그 아래로 묶은 조치입니다. 2019년 이전에는 세입자가 물가 상승분에 더해 추가로 2%까지 인상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BC주는 만약 임대료 정책을 바꾸지 않았다면 2024년 허용 인상률이 최대 5.6%까지 올랐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Rentals.ca의 커뮤니케이션 부국장 자코모 라다스(Giacomo Ladas)는 가까운 미래에는 이것이 세입자에게 좋은 일이라고 말합니다. 가스나 식료품 같은 다른 생활비가 오르는 상황에서 세입자에게 예측 가능성을 주기 때문입니다. 라다스는 “임대료 인상에 이런 상한이 있으면 세입자들은 당분간 예산을 짤 수 있습니다”라며 “적어도 자신의 주거비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점은 알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반대 효과, “세입자가 나가면 신규 임대료가 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임대료 규제는 정반대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라다스는 “임대료 규제가 하는 일은 단기적으로 임대 비용을 낮게 유지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세입자가 그 건물에서 나가는 순간, 집주인은 물가 상승분과 그동안 사실상 잃은 돈을 만회하기 위해 신규 임대료, 즉 ‘임대 전환(turnover) 임대료’를 가장 크게 올립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어 “관리하는 유닛이 서너 채뿐인데 재산세가 크게 올랐고 수도세, 전기세도 올랐다면 그 돈을 어딘가에서 메워야 합니다. 그 방법이 바로 신규 임대료 인상입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라다스는 BC나 온타리오처럼 임대료 규제가 엄격한 지역이 오히려 임대료가 가장 비싼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 맞교환(trade-off)이 존재합니다.”
BC주에는 공실 규제(vacancy control)가 없습니다. 즉 세입자가 나가고 나면 집주인은 임대료를 원하는 만큼 올릴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 상한은 소규모 임대인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2.2% 상한은 사실상 물가 상승률보다 낮은 수준이라, 적은 수의 유닛에서 나오는 임대료로 생계를 잇는 임대인에게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라다스는 설명했습니다. “임대인에게 ‘당신의 소득원이 줄어드는 것을 넘어, 물가 상승률보다도 낮아질 것’이라고 말하는 셈입니다. 그러면 임대인은 그냥 손해를 보는 것입니다.”
밴쿠버 임대료 하락은 규제 덕분이 아니다
밴쿠버에서 세를 살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듯이, 2020년대 초 임대료는 걷잡을 수 없이 치솟았습니다. Rentals.ca에 따르면 밴쿠버의 평균 호가 임대료는 2023년 9월 $3,335로 정점을 찍었습니다.

당시에는 세입자 수요가 공급을 앞질렀습니다. 캐나다가 수십 년째 목적형 임대주택(purpose-built rental)이 부족한 상황에서 동시에 유례없는 인구 증가를 겪었기 때문입니다. 라다스는 “수요가 공급을 앞질렀고, 여느 상품처럼 그런 일이 벌어지면 공급이 워낙 제한적이라 가격이 오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이후 연방정부는 인구 증가를 제한해 수요를 되돌리는 한편, 새로운 목적형 임대주택을 늘리기 위한 인센티브를 확대해 공급을 늘렸고, 그 결과 임대료에 하락 압력이 생겼습니다. 올해 7월 밴쿠버의 평균 호가 임대료는 $2,686였습니다. 다만 라다스는 이 하락 압력이 임대료 규제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것은 신규 유닛의 호가 임대료입니다. 임대료 규제법은 이미 살고 있는 세입자에게 적용되기 때문에, 호가 임대료가 내려가는 것과 일대일로 연결되지 않습니다.”
그는 경기가 약해진 것도 호가 임대료 하락의 한 원인이라고 봤습니다. “사람들의 돈이 줄어든 것입니다. 많은 청년 캐나다인이 여전히 부모 집에 훨씬 더 오래 머물며 첫 집을 구하는 것을 미루고 있고, 그만큼 수요가 줄어 가격이 내려갑니다.”
건강한 임대시장이라면 임대료가 물가와 임금에 맞춰 매년 몇 %씩 오르는 것이 정상입니다. 라다스는 “그것이 투자자에게는 매우 어렵고, 소규모 임대인에게도 매우 어렵습니다. 대형 기업이 제대로 전망하기도 어렵고, 개발업체가 다음에 무엇을 지어야 할지 알기도 매우 어렵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세입자 보호와 임대 공급 위축이라는 두 가지가 맞물리는 지점입니다.
이런 논의는 캐나다에 사는 한인 세입자와 소규모 임대인 모두에게 시사점을 줍니다. 세입자라면 당장의 인상 상한이 예산 안정에 도움이 되지만, 이사를 고민할 때는 새로 계약하는 집의 임대료가 상한과 무관하게 형성된다는 점을 함께 따져봐야 합니다. 소규모 임대를 하는 분이라면 상한이 물가보다 낮게 유지될 때 유지·관리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지 미리 계획을 세우는 것이 안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