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BC 신규 설문에서 캐나다 부모의 절반 이상이 성인 자녀의 생활비를 대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과거처럼 집을 살 때 계약금을 보태주는 수준이 아니라, 식료품과 월세, 공과금 같은 기본 생계비를 지원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습니다.
한때 전문가들은 밀레니얼 세대가 집을 못 사는 이유로 ‘아보카도 토스트’ 같은 소비 습관을 지목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캐나다에서는 청년층이 일반 식빵을 사는 데도 부모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됐습니다. 밀레니얼뿐 아니라 Z세대도 마찬가지입니다.
RBC 조사에 따르면 부모의 51%가 18~40세 성인 자녀의 각종 비용을 돕고 있습니다. 이는 더 이상 내 집 마련을 위한 계약금 지원이 아니라, 여러 세대에 걸쳐 안정이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부모 3명 중 1명(32%)은 자녀가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했다고 우려했고, 지원 중인 부모의 35%는 생활비가 너무 높아 자녀가 버티기 어렵다고 명확히 답했습니다.
자녀가 어릴수록 커지는 의존, 평균 지원액은 6,151달러
나이가 어릴수록 도움이 필요한 비율이 높았습니다. 18~24세 자녀를 둔 부모의 68%가 지원을 하고 있었고, 35~40세 자녀를 둔 부모도 37%가 여전히 도움을 주고 있었습니다. 거의 5명 중 2명꼴입니다.
지원은 계약금 목적이 아니지만, 실제로 오가는 금액은 계약금에 맞먹습니다. 지난 12개월간 부모들이 성인 자녀에게 준 재정 지원은 평균 6,151달러였습니다. 지원하는 부모 5명 중 1명 가까이(18%)는 연간 1만 달러에서 1만 9,999달러를 주고 있었습니다. 통계청 기준 물가 상승률은 ‘낮다’고 하지만, 식료품·월세·공과금처럼 실제로 돈이 빠져나가는 항목은 소비자물가지수를 크게 앞지릅니다.
식료품 56%, 월세 24%…구조적 위기라는 진단
가장 흔한 지원은 식료품이었습니다. 지원하는 부모의 56%가 식료품을 대주고 있었고, 35~40세 자녀를 둔 경우에도 43%가 여전히 식료품을 도왔습니다. 식료품 지원은 예상치 못한 긴급 상황 지원(43%)보다도 많아,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임을 보여줍니다.
지원하는 부모의 24%는 월세를 도왔는데, 이 비율은 자녀 나이가 많아질수록 오히려 커졌습니다. 30~34세 자녀를 둔 경우에는 30%까지 올라갔습니다. 공과금 지원(21%)이 세 번째로 많았고, 소비자 부채 상환을 도운 경우도 12%였습니다.
Better Dwelling은 이를 청년이 돈 관리를 잘못한 탓으로 보는 시각을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지원 이유로 자녀의 돈 관리 미숙을 꼽은 부모는 15%에 불과했습니다. 35~40세의 19%가 아직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했는데, 이는 임금이 물가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의존 기간이 한창 벌어야 할 나이까지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개인 재무 전문가 멜리사 렁(Melissa Leong)은 “이 세대가 자립에 실패한 것이 아니라, 자립까지 가는 활주로가 더 길어지고 훨씬 비싸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조사는 지역별 세부 자료를 담지 않았지만, 최근 물가 자료를 보면 지역에 따라 부담 차이가 클 수 있습니다. 특히 동부 캐나다의 물가 상승 압력이 더 강한데, 노바스코샤 같은 곳은 연간 상승률이 캐나다 중앙은행 목표치의 두 배를 넘어 위기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부모가 성인 자녀의 주거·생활을 지원하는 흐름이 낯설지 않은 만큼, 캐나다 한인 가정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향후 전망
물가 상승세가 지금처럼 이어질 경우, 부모의 지원 부담은 자녀 세대뿐 아니라 부모 자신의 노후 준비까지 위협할 수 있습니다. 렁은 “부모도 자기 재정의 산소마스크를 먼저 써야 한다”며, 지원 규모를 정하기 전에 필수 지출과 비상 저축, 고금리 부채 상환, 은퇴 자금부터 지키라고 조언했습니다.
원문: Better Dwell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