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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콘도 2,200채 사들이는 BC주, ‘주거 해법’인가 ‘건설사 구제금융’인가


브리티시컬럼비아(British Columbia)주가 팔리지 않은 콘도를 최대 2,200채까지 사들이는 14.5억 달러 규모의 계획을 내놨습니다. 정부는 저렴한 주택을 늘리는 방법이라고 설명하지만, 전문가들은 건설사와 은행을 살리는 구제금융에 가깝다고 비판합니다.


이 계획은 지난 6월 연방 정부와 BC주가 함께 내놓은 여러 발표 가운데 세부 내용 없이 한 줄로만 언급됐습니다. 발표 방식이 어설펐던 탓에 처음엔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조차 불분명했습니다.

캐나다정책대안센터의 선임 이코노미스트 마크 리(Marc Lee)는 “마치 실수처럼, 그 시점에 발표하지 말았어야 할 것을 발표한 것 같았다”며 “연방과 주정부 양쪽 모두 실제로 무엇을 하려는지 뒤늦게 짜맞추려 허둥댔다”고 REM에 말했습니다.

세금 3억 달러 투입, 나머지는 금융으로

일주일 뒤 마크 카니(Mark Carney) 총리와 데이비드 에비(David Eby) BC주총리가 프로그램을 구체적으로 설명했습니다. 연방과 주정부가 각각 1억5,000만 달러씩, 합쳐서 3억 달러의 세금을 콘도 매입에 넣고 나머지는 금융으로 조달한다는 내용입니다.

이는 온타리오주가 운영 중인 계획과 사실상 같은 구조입니다. 온타리오도 콘도 2,200채를 사들이는데, 주정부가 3억 달러를 대고 나머지는 사모투자사 하이아트캐피털(High Art Capital)이 이끄는 투자자들이 부담합니다. 하이아트캐피털은 지난 6월 REM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투자자로부터 10억 달러 넘게 모아 펀드 모집을 마감해야 했다고 밝혔습니다.

BC주에는 2026년 5월 기준으로 완공됐지만 팔리지 않은 콘도가 5,849채 있고, 이 가운데 4,376채가 메트로밴쿠버에 몰려 있다고 캐나다주택모기지공사(CMHC)는 집계했습니다. 에비 주총리는 밴쿠버가 워낙 비싸기 때문에 프로그램은 밴쿠버 밖 지역에 집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콘도를 대량으로 싸게 사들인 뒤, 보증금 없이도 조금씩 사들일 수 있는 임대 후 소유(rent-to-own) 프로그램에 넣겠다는 구상입니다.

떨어지던 가격에 ‘바닥’을 깐다

하지만 주 전체 미분양 물량의 3분의 1이 넘는 콘도를 정부가 사들이면 가격에 영향을 주는 큰 시장 개입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마크 리는 “지금 콘도 가격이 떨어지고 있고 이 프로그램이 없으면 계속 떨어질 텐데, 정부 매입이 그 가격에 바닥을 깔아 주는 셈”이라며 “구제금융의 특징을 모두 갖췄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 프로그램이 진짜 저렴한 주택을 얼마나 만들어 낼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할인해서 사들여도 콘도 한 채가 60만 달러를 넘을 수 있는데, 이는 BC주 인구 중 극히 일부만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이기 때문입니다.

밴쿠버 리얼터 스티브 사레츠키(Steve Saretsky)는 한발 더 나아가 이 프로그램이 사실은 저렴한 주택 공급이 아니라 개발사와 은행을 구제하기 위한 명분이라고 봤습니다. 그는 “이 프로그램이 평범한 서민을 돕도록 설계됐다고 보지 않는다”며 “서민은 이 혜택을 받을 우선순위에서 가장 뒤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레츠키는 은행들이 개발사에 돈을 빌려준 탓에 위험에 크게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BC 프레이저밸리(Fraser Valley)와 내륙 지역의 건설 자금 상당수가 신용협동조합(credit union)에서 나오는데, BC주 정부가 이 예금을 일반 한도인 10만 달러가 아니라 100% 보증합니다. 그래서 주정부로서는 콘도를 서둘러 팔아 금융 위기를 피하려는 동기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 논쟁은 밴쿠버 지역에 거주하거나 투자를 고민하는 한인들에게도 중요한 참고가 됩니다. 정부가 미분양 물량을 대량으로 사들이면 단기적으로는 콘도 가격 하락이 멈출 수 있지만, 그 혜택이 실수요자보다 개발사와 금융권에 먼저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함께 나오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매입가가 60만 달러를 넘는다면, 무주택 실수요 한인 가정이 체감하는 ‘저렴한 주택’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프로그램의 실제 매입가와 대상 지역이 어떻게 확정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향후 전망

정부가 대량 매입을 실제로 진행할 경우, 밴쿠버 밖 BC 지역의 콘도 가격은 단기적으로 하락을 멈출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매입 할인 폭과 임대 후 소유 조건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는다면, 저렴주택 효과와 구제금융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원문: REM (Real Estate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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