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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주권’ 뒤집힌 온타리오 신규 원전, 우라늄 농축은 미국 손에


온타리오가 클래링턴(Clarington)에 짓는 새 소형 원자로가 미국에서 농축한 우라늄에 의존하게 됩니다. 농축 없이 캐나다산 천연 우라늄만 쓰던 반세기 원칙이 뒤집히면서, 전문가들은 ‘에너지 주권’이 흔들린다고 지적합니다.


캐나다는 오랫동안 원자력에서만큼은 남의 손을 빌리지 않았습니다. 캐나다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캔두(Candu) 원자로는 농축하지 않은 천연 우라늄을 그대로 쓰기 때문에, 우라늄을 캐고 연료로 만드는 모든 과정을 국내에서 끝낼 수 있었습니다. 50년 넘게 이어진 이 구조는 외국의 정치적 압력에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뜻했습니다.

그런데 온타리오가 새로 짓기 시작한 원자로는 이 원칙을 정반대로 돌려놓습니다. 온타리오는 클래링턴에서 계획된 4기 가운데 첫 번째 BWRX-300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짓고 있는데, 이 사업의 이름은 달링턴 신규 원전 프로젝트(Darlington New Nuclear Project)입니다. 미국과 일본이 함께 설계한 이 경수로는 저농축 우라늄을 연료로 씁니다. 캐나다에는 우라늄을 농축할 설비가 없어, 그 핵심 과정을 외국에 맡겨야 합니다.

첫 호기는 2030년 말, 연료는 미국에서 농축

온타리오 발전공사(OPG)는 첫 BWRX-300을 2030년 말까지 전력망에 연결하고, 나머지 3기는 2030년대 중반에 가동할 계획입니다. OPG는 온타리오주가 소유한 전력 회사를 운영하는 공기업입니다.

문제는 연료가 캐나다 국경을 여러 번 넘나든다는 점입니다. 서스캐처원 서스카툰에 본사를 둔 우라늄 기업 카메코(Cameco)가 서스캐처원에서 우라늄 원광을 캐고, 온타리오 포트호프(Port Hope)에서 이를 변환합니다. 하지만 마지막 농축 단계는 미국에서 이뤄집니다. OPG는 프랑스의 오라노(Orano)와 영국의 유렌코(Urenco)도 농축 우라늄 공급처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캐나다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우라늄을 많이 생산하는 나라라는 점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원료는 넉넉하지만, 그것을 새 원자로가 쓸 수 있는 형태로 바꾸는 기술과 설비가 국내에 없습니다.

1982년 캔두 원자로 홍보 그래픽

“창설 논리를 완전히 뒤집었다”

전문가들은 이 변화가 캔두 프로그램을 처음 만든 이유를 정면으로 거스른다고 봅니다. 1993년 의회도서관이 낸 자료는 캔두가 “캐나다 상황에 맞춘 원자로를 설계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그 목적은 “농축이라는 어렵고 비싼 과정, 또는 외국 연료에 대한 의존을 피하려는 것”이었다고 기록했습니다. 즉 농축을 남의 손에 맡기지 않겠다는 것이 캔두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요크대에서 지속가능 에너지와 기후, 에너지 정책을 연구하는 마크 윈필드(Mark Winfield) 교수는 농축 우라늄을 수입에 의존하면 외국 정부가 정치적 분쟁이 생겼을 때 캐나다의 원전 연료 공급을 끊거나 흔들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그는 “이것은 캔두 프로그램의 원래 취지를 완전히 뒤집는 것”이라며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그 발상은, 지정학적 위험에 휘둘리지 않는 완전한 캐나다산 연료 공급망을 갖추자는 것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문제는 카니(Carney) 총리가 강조해온 ‘에너지 주권(energy sovereignty)’이라는 말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캐나다는 앞으로 최대 10기의 새 원전을 지을 계획이라, 연료를 외국에 의존하는 이번 구조 변화가 미칠 파장은 작지 않습니다.


한국도 원전 연료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기대고 있어, 캐나다의 이번 고민이 낯설지 않습니다. 에너지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느냐는 문제는 전기 요금이나 산업 경쟁력을 넘어, 나라의 안보와도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캐나다처럼 자원이 풍부한 나라조차 ‘캐는 것’과 ‘쓸 수 있게 만드는 것’ 사이의 간격 때문에 외국에 의존하게 된다는 점은, 자원과 기술을 함께 갖춰야 진짜 주권이 선다는 사실을 다시 보여줍니다.

향후 전망

첫 원자로 가동이 2030년 말로 예정된 만큼, 그 사이 미국과의 관계나 무역 환경이 나빠질 경우 연료 공급이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캐나다가 국내 농축 설비를 갖추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꾼다면 의존도를 줄일 수 있겠지만, 농축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과정이라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원문: CBC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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