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세계적인 선분양(프리세일) 시장이었던 브리티시컬럼비아(BC)에서 새로 나오는 선분양 물량이 급격히 줄었습니다. 7월 기준 물량은 2021년 1,426가구에서 올해 단 42가구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이 시장을 떠받치던 마케팅·판매 대행사들도 살아남기 위해 사업 방식을 바꾸고 있습니다.
브리티시컬럼비아(BC)는 오랫동안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선분양 주택 시장이었습니다. 세계 각지에서 온 구매자들이 몰렸고, 다른 지역들도 이 호황을 따라 하려 했습니다. 선분양은 건물이 다 지어지기 전에 미리 집을 파는 방식으로, BC 부동산 시장의 큰 축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새로 시장에 나오는 선분양 물량이 거의 사라지다시피 하면서, 이 시장에 기대어 살던 여러 업체가 큰 변화를 맞고 있습니다.
4년 만에 1,426가구에서 42가구로
부동산 서비스 회사 MLA 캐나다(MLA Canada)에 따르면, 7월 한 달 동안 시장에 새로 나온 선분양 주택은 2021년 1,426가구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2025년 7월에는 572가구로 줄었고, 올해 7월에는 단 42가구에 그쳤습니다. 4년 만에 물량이 사실상 붕괴한 셈입니다.
영향은 개발사와 구매자에게만 그치지 않습니다. 선분양이 시장에서 워낙 큰 부분을 차지했던 만큼, 이를 지원하는 마케팅·판매 대행업체들의 생태계가 함께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게다가 계약을 파기하는 구매자가 늘면서 소송을 당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선분양이 시장에서 거의 자취를 감추자, 이 업체들은 사업 방식을 바꿔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판매’에서 ‘타당성 컨설팅’으로
MLA 캐나다의 대표이자 파트너인 라이언 라론드(Ryan Lalonde)는 “시장에서 내가 지켜본 것은, 적응하고 진화하는 곳들이 단순히 인력만 줄이는 게 아니라 서비스 자체를 바꾼다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2010년 BLVD 마케팅을 세운 뒤 2016년 MAC 마케팅 솔루션스와 합쳐 MLA 캐나다를 만든 인물로, 현재 자사 인력이 18개월 전의 “일부(fraction)” 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혔습니다.
일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도 설명했습니다. 시장이 좋을 때는 이미 짓기로 결정된 프로젝트를 파는 일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개발사가 “지을지 말지”를 결정하도록 돕는 일이 핵심이 됐습니다. 라론드는 “솔직히 말하면, 우리는 이제 개발사에게 당신 프로젝트가 필요한 가격에 맞지 않는다고 알려주는 일로 고용된다”며 “판매·마케팅 회사가 이런 말을 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참 이상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BC 선분양 시장의 위축은 단순히 집이 덜 팔린다는 문제를 넘어섭니다. 선분양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마케팅, 판매, 자문 등 관련 산업 전체가 함께 흔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량이 4년 만에 1,426가구에서 42가구로 줄었다는 수치는 그 충격의 크기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밴쿠버권 부동산에 관심 있는 한인 실수요자와 투자자에게도 참고가 됩니다. 선분양은 완공 전에 계약하는 방식이라 가격이 오를 때는 유리하지만, 시장이 꺾이면 계약 파기와 소송 위험이 커집니다. 실제로 지금 BC에서 계약을 파기한 구매자들이 소송에 휘말리고 있는 만큼, 선분양 계약에 나설 때는 완공 시점의 시장 상황과 자금 계획을 더 꼼꼼히 따져야 합니다.
향후 전망
선분양 물량이 지금처럼 낮은 수준에 머문다면, BC의 주택 공급은 몇 년 뒤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지금 짓지 않은 집은 결국 미래의 공급 부족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금리가 내려가고 분양가와 건축비의 간격이 좁혀진다면, 선분양 시장이 다시 살아날 여지도 있습니다. 판매 대행업체들이 어떤 새로운 역할을 찾아가는지도 지켜볼 부분입니다.
원문: Globe and Mai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