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MO 캐피털 마켓의 경제학자들이 ‘인구가 늘면 경제도 성장한다’는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50년이 넘는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인구 증가율과 실질 경제 성장률 사이에 사실상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캐나다 경제는 한동안 호황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민이 줄어들자 그 착시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BMO 경제학자들은 인구 증가가 경제 성장을 이끈다는 이야기에 의문을 던졌고, 투자자들에게 인구와 경제 성장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전혀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이 문제는 한국 독자에게도 낯설지 않습니다. 인구와 성장의 관계, 그리고 이민 정책이 경기와 주거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저출산 시대의 한국에서도 오랫동안 논의돼 온 주제이기 때문입니다. BMO의 분석은 이 논의에 구체적인 데이터를 더해 줍니다.
인구 붐이 약한 경제를 가렸다
캐나다의 인구 증가는 ‘일손이 부족하다’는 이야기 위에서 빠르게 진행됐습니다. 팬데믹 기간의 값싼 대출이 수요를 끌어올렸고, 방역 조치와 비싼 도시를 떠나는 흐름이 노동력 공급을 흔들었습니다. 정책 입안자들은 이 짧은 부족 현상에 대응해 3년 동안 300만 명을 더 받아들였습니다.

BMO가 숫자를 따져 보니 실제는 달랐습니다. 은행은 “지난 50년 동안 전년 대비 인구 증가율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사이에는 사실상 제로(0), 즉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2026년 1분기에는 인구가 오히려 줄었는데도 소비 지출은 전년 대비 약 2% 늘었습니다. 반대로 노동력이 수십 년 만에 가장 빠르게 늘던 2023~2024년에도 소비 지출은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BMO는 “1인당 GDP가 크게 떨어지던 2023년에 경제가 사실 훨씬 약했고, 이를 급격한 인구 증가가 가렸을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인구가 늘면서 겉으로 드러나는 전체 규모는 커졌지만,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체감하는 형편은 나빠지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일손이 아니라 일자리가 부족했다
캐나다의 고용 시장이 아주 약했던 것은 아니지만, 잘못된 정책의 무게 때문에 그렇게 보였습니다. 이민자가 늘면 소비자도 늘지만, 그것도 그들이 실제로 돈을 벌어 물건을 살 수 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일손 부족이라는 이야기에는 오히려 올라가는 실업률이 따라붙었습니다. 나라는 매달 수만 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었지만, 그보다 더 많은 노동자를 함께 늘렸습니다.
BMO는 인구 급증이 경기 호황의 시작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지만, 정책 입안자들이 순서를 뒤바꿔 놓았다고 짚었습니다. 영향력 있는 도시의 부동산이 비싸다는 이유로, 부동산 가격을 올리면 우리 도시도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비유입니다.
그 결과는 캐나다인과 캐나다인이 되려던 이민자 모두에게 뼈아픈 교훈으로 남았습니다. 급등한 실업률이 이민 정책의 방향을 되돌리게 했고, 지금의 인구 감소를 불러왔습니다. 비영주권자(NPR) 목표는 2024년 정점이던 인구의 7.6%에서 5%로 낮아졌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캐나다를 떠난 비영주권자는 46만 명을 넘었습니다. BMO는 “2023~2024년 100년 만의 최고치로 치솟았던 거주자 수가 2025년에 줄었는데, 이는 1867년 연방 수립 이후 기록상 첫 연간 감소”라고 밝혔습니다.
임대 시장에 닥친 역방향 수요 충격
정책이 바뀌면서 상황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상처를 남기지 않고 지나가지는 못했습니다. BMO는 18만 채에 이르는 임대 주택 공급 과잉이 둔화되는 인구 증가와 맞물리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영향으로 5월 임대료 상승률은 전년 대비 3.5%까지 떨어졌습니다. 2024년의 9.0% 상승과 비교하면 큰 폭의 방향 전환입니다.
시장을 실수요자에게서 밀어냈던 투자자들이 발을 빼면서 콘도 사전 판매도 둔화되고 있습니다. BMO는 “지금 착공 중인 임대 주택이 콘도와 자가 주택을 합친 것보다 많은 상황은 사상 처음”이라고 밝혔습니다. 은행은 임대료가 더 떨어지면서 물가를 끌어내리는 압력으로 작용하고, 주거비 부담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봤습니다.
캐나다는 결국 일손 부족을 해결한 것이 아니라, 사람을 경기 부양 수단으로 쓰려다 실패하자 당황해 정책을 되돌린 셈입니다. 이 분석은 대규모 이민으로 성장을 떠받치려던 접근이 어떤 부작용을 남기는지 보여 줍니다. 캐나다에 정착하려는 한인 이민자나 유학생, 그리고 현지에서 임대·투자를 고민하는 분들에게는 특히 중요한 대목입니다. 급격한 정책 변화가 실업률과 임대료, 주택 공급에 곧바로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향후 전망
임대 주택 공급 과잉과 인구 증가 둔화가 함께 이어진다면, 임대료 하락 흐름은 당분간 더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다만 임대료 하락이 물가를 끌어내리는 힘으로 작용할 경우, 중앙은행의 금리 판단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주목할 부분입니다.
원문: Better Dwell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