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ESC to close

“기관투자자는 무해하다”는 통계청 보고서, 무엇을 놓쳤나


캐나다 통계청이 “기관투자자는 캐나다 주택에서 거의 무의미한 비중”이라는 새 보고서를 냈습니다. 하지만 Better Dwelling은 이 결론이 데이터 선택과 계산 방식에서 심각한 결함을 안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기관투자자가 임대주택을 대거 사들여 집값과 임대료를 밀어 올린다는 우려는 캐나다에서 오래된 논쟁거리입니다. 그런데 통계청(StatCan)이 2022년 기준으로 이 문제를 분석한 새 보고서에서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놓았습니다.

이 결론은 정책적으로 무게가 큽니다. “기관투자자는 문제가 아니다”라는 신호로 읽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Better Dwelling은 바로 이 지점에서 통계청이 잘못된 자료와 대리 지표를 써서 실제 시장 압력을 크게 과소평가했다고 반박합니다.

시장 집중도를 재는 잣대부터 살펴보면

통계청은 산업의 독과점 정도를 재는 허핀달-허시먼 지수(HHI)를 사용했습니다. HHI는 한 산업에서 각 기업이 차지하는 점유율을 제곱해 더한 값으로, 숫자가 클수록 소수 기업에 집중돼 있다는 뜻입니다.

기준점을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HHI가 1,800을 넘으면 경쟁 제한을 조사할 대상으로 봅니다. 참고로 캐나다 은행권의 HHI는 1,800~1,900, 제조업 평균은 4,500으로 사실상 소수 기업이 지배하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통계청이 임대주택에 이 지수를 적용한 결과는 뜻밖이었습니다. 조사한 12개 대도시권(CMA) 전부가 HHI 1,500을 크게 밑돌았습니다. 토론토는 6.1, 런던(온타리오)은 133.9에 그쳤습니다. 숫자만 보면 캐나다 부동산이 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산업이라는 황당한 결론이 나옵니다.

문제는 ‘자산 평가액’이라는 대리 지표

이런 결과가 나온 첫 번째 이유는 계산에 쓴 자료 때문입니다. HHI를 제대로 구하려면 각 기업이 몇 채를 소유했는지 세야 합니다. 하지만 캐나다 부동산은 소유 정보가 워낙 불투명해, 기관이 실제로 몇 채를 가졌는지에 대한 집계 자체가 없습니다. 그래서 통계청은 ‘자산 평가액’을 소유 규모의 대리 지표로 삼았습니다.

여기서 왜곡이 생깁니다. 온타리오에서 기관이 소유한 임대주택의 중위 평가액은 18만7천 달러였습니다. 반면 전체 임대주택은 26만 달러, 자가 거주 주택은 30만6천 달러였습니다. 기관이 상대적으로 값싼 저가 주택에 몰려 있다는 뜻입니다.

값싼 주택을 많이 가져도 ‘평가액 기준’으로는 점유율이 작게 잡힙니다. 실제로 기관 소유 비중은 조사 대상 주별 총 평가액의 2.9~6.0%, 프리홀드(단독) 주택으로 좁히면 0.1~0.4%에 불과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채수가 아니라 금액으로 재니 존재감이 실제보다 작아 보이는 것입니다.

더 큰 허점, ‘스톡’과 ‘플로우’를 뒤섞다

Better Dwelling이 가장 크게 지적하는 문제는 ‘스톡(stock)’과 ‘플로우(flow)’를 구분하지 않은 점입니다. 스톡은 어느 시점까지 쌓인 자산의 총가치, 플로우는 일정 기간에 새로 오간 자산의 가치를 뜻합니다.

이 연구는 ‘지금까지 팔린 모든 주택의 누적 가치’인 스톡에 기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금리 시대 이후 기관들이 수익률을 좇아 주택시장에 새로 뛰어든 최근의 ‘흐름’이 통계에 묻혀 버립니다. 20년 전에 팔린 집이나 어제 팔린 집이나 똑같이 취급하는 셈입니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의 단서에서도 이 점이 드러납니다. 2011년 이후 지은 임대주택만 떼어 보면, 기관투자자가 노바스코샤(Nova Scotia) 평가액의 63.1%, 뉴브런즈윅(New Brunswick)의 61.5%를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앞서 나온 ‘무의미한 비중’과는 완전히 다른 그림입니다.

가격을 정하는 건 ‘한계 구매자’

마지막으로 Better Dwelling은 가격이 어떻게 정해지는지를 짚습니다. 집값은 모든 소비자가 함께 정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거래를 성사시키는 ‘한계 구매자’ 한 명이 정합니다. 20년 전에 산 사람이 아니라 지금 사는 사람이 시세를 만든다는 뜻입니다.

이미 공개된 온타리오 자료를 보면, 거주하지 않는 투자자가 가진 주택 비중은 2020년 20.2%에서 2023년 20.9%로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온타리오 전체 주택 재고는 3.1% 늘었는데, 투자자 몫은 그 두 배가 넘는 6.7% 늘었습니다. 절대 수로는 19만1,130채가 순증했습니다.

이렇게 한 지역에서 투자 압력이 커지면 기존 거주자가 값이 더 싼 외곽으로 밀려나고, 그 지역 가격까지 따라 오르는 ‘버블 전염’이 일어납니다. 세입자가 자기 예산 안에서 집을 못 구하면, 토론토 임대주택 19채 중 1채가 비어 있다는 통계는 아무 위로가 되지 못합니다. 버티기 싸움에서 빈집을 오래 안고 갈 수 있는 기관과, 당장 살 곳이 필요한 사람 사이에는 애초에 힘의 균형이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캐나다 부동산은 한인 이민자와 유학생 가정이 실제로 집을 사고 세를 얻는 시장입니다. “기관투자자는 문제가 아니다”라는 공식 통계가 나오면 관련 규제 논의가 힘을 잃을 수 있어, 그 통계가 무엇을 재고 무엇을 빠뜨렸는지 따져 보는 일이 중요합니다.

Better Dwelling의 지적은 통계청이 악의를 가졌다는 것이 아니라, 자료의 한계 탓에 실제 시장 압력이 실제보다 작게 보인다는 것입니다. 같은 숫자라도 채수가 아닌 평가액으로 재고, 최근 흐름이 아닌 누적 가치로 재면 결론이 뒤집힐 수 있습니다.

향후 전망

기관투자자 규제나 임대주택 정책 논의가 이 보고서를 근거로 이뤄질 경우, 데이터가 어떤 기준으로 계산됐는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최근 신축 임대에서 기관 비중이 60%를 넘는 지역이 확인된 만큼, ‘전체 평균’과 ‘최근 흐름’을 나눠 보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원문: Better Dwelling


CREAM Canada 카카오톡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