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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남아돈다”…내셔널뱅크, 미분양 2만 채에 이민·외국인 구매 확대 주장


캐나다 내셔널뱅크(National Bank of Canada)가 쌓여가는 미분양 주택을 소화하려면 이민을 늘리고 외국인 구매 제한을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집값에 허덕이는 청년층이 아니라 해외에서 수요를 끌어와 집값을 떠받치자는 제안이어서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캐나다 부동산 침체는 새로운 소식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 둔화가 얼마나 깊은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내셔널뱅크의 새 보고서는 그 민낯을 숫자로 보여줍니다.

판매가 느려지면서 개발사의 재고가 쌓였고, 수십억 달러의 공적 자금이 집값을 받치는 데 쓰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은행의 해법은 공급을 줄이거나 가격을 낮추는 쪽이 아니라, 밖에서 사람을 더 데려와 수요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완공 미분양 2만 채…4채 중 1채가 안 팔린다

보고서에 따르면 새로 지어 완공된 주택의 4채 중 1채 이상(28%)이 팔리지 않은 채 남아 있습니다. 전국 인구조사 대도시권(CMA)을 합친 완공 미분양 물량은 2만 700채로, 과잉 공급이 사상 최고 영역에 들어섰습니다.

기존 주택도 부진합니다. 9월 계절조정 판매는 전월 대비 2.3% 줄어 10년 평균을 13% 밑돌았습니다. 집값은 기록상 가장 큰 조정을 겪고 있지만, 거의 5년에 걸친 침체가 되돌린 가격 상승분은 13개월치에 불과합니다. 그것도 세금으로 받친 지원이 있었는데도 그렇습니다.

은행은 “이것은 시장이 공적 지원을 필요로 할 만큼 약하다는 뜻”이라고 적었습니다. 실제로 온타리오는 투자자들이 미분양 토론토 콘도 2,200채를 사들이도록 13억 달러를 지원했고, 오타와와 BC주도 비슷한 규모의 콘도를 대상으로 14억 5,000만 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런 지원 자체가 시장의 허약함을 드러냅니다.

“이민 늘리고 외국인 구매 허용하자”

내셔널뱅크는 정책 당국에 수요를 더 끌어내라고 촉구합니다. 다만 그 대상은 주거비에 허덕이는 청년층이 아닙니다. 이들은 집을 살 여력이 없다고 봤습니다. 대신 은행은 오타와가 국경 밖으로 눈을 돌려 집값을 받쳐야 한다고 말합니다.

근거로는 인구 정책을 듭니다. 오타와가 세운 목표, 즉 2027년까지 비영주권자(NPR) 비중을 인구의 5%로 낮추겠다는 계획은 현실성이 낮다는 것입니다. 현재 NPR 비중은 6.7%이고, 목표를 그대로 밀어붙이면 총인구 증가율이 2027년 0.2%, 2028년 0.1%로 둔화돼 주택에 추가 하방 압력을 준다고 경고합니다.

외국인 구매 제한도 풀자고 제안합니다. 2027년 1월 1일 만료되는 외국인 주택 구매 금지를 연장하지 말고, 외국인이 신규 주택을 살 수 있는 호주식의 더 유연한 제도로 바꾸자는 것입니다. 은행은 외국인 구매자를 “개발사가 지어놓은 집을 팔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로 봤습니다.

청년층은 시장 밖으로…뒤바뀐 서사

캐나다 집값은 2020년부터 급등해 2022년 3월에 정점을 찍었습니다. 공교롭게도 그 시기는 팬데믹으로 인구 증가가 거의 역대 최저로 떨어졌던 때였습니다. 그 뒤 캐나다는 이민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늘렸습니다.

보고서의 제안은 겉보기에 시장과 동떨어져 보이지만, 그 속뜻은 더 무겁습니다. RBC는 최근 생애 첫 주택 구입 예정 연령이 평균 41세로, 지금 집을 가진 사람들보다 12년이나 늦어졌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 부모가 성인 자녀의 생활비를 대주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 부모 대부분이 그 원인을 치솟는 생활비에서 찾았습니다.

눈여겨볼 점은 뒤바뀐 서사입니다. 수년간 사람들은 ‘공급을 늘리면 집값이 내려간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세금으로 건설을 서두른 뒤에는 ‘개발사가 손해를 볼 수 없으니 집값이 더 내릴 수 없다’는 쪽으로 이야기가 급히 바뀌었습니다.


이 보고서는 캐나다 주택시장이 처한 모순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집은 남아도는데 청년은 못 사고, 그 해법으로 외국 수요를 끌어오자는 주장까지 나옵니다. 한국에서도 익숙한 고민입니다. 캐나다에 정착하려는 한인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외국인 구매 금지가 풀릴지가 중요한 변수입니다. 금지가 사라지면 특정 지역 신규 주택을 중심으로 경쟁이 다시 거세질 수 있고, 반대로 유지되면 미분양이 더 오래 쌓일 수 있습니다.

향후 전망

외국인 구매 금지의 운명은 아직 불투명합니다. 다만 정책 당국이 이 규제를 그리 반기지 않는다는 신호는 여러 번 나왔습니다. 금지가 만료되는 2027년 1월 전후로 관련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만약 규제가 완화된다면 미분양 소화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실수요자의 구매 여력 문제는 그대로 남습니다. 공급·수요·구매력이라는 세 축이 어떻게 맞춰질지가 관건입니다.


원문: Better Dwel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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