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타리오의 부동산 서비스 신뢰법(TRESA)에서는 서류에 서명하지 않아도 누군가의 대리인이 될 수 있습니다. 누구를 대리하는지는 서류가 아니라 공인중개사의 행동이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공인중개사는 대리 관계가 서명에서 시작된다고 믿습니다. 바이어가 바이어대리계약에, 셀러가 리스팅계약에 서명해야 비로소 관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 전까지는 그저 친절을 베풀 뿐이라고 여기는 중개사가 많습니다.
하지만 온타리오의 부동산 서비스 신뢰법(Trust in Real Estate Services Act, 2002, 이하 TRESA) 아래에서는 이런 생각이 위험합니다. 2023년 12월 1일 2단계가 발효된 뒤, 온타리오 부동산협의회(RECO)는 대리계약이 서면뿐 아니라 구두나 묵시적으로도 성립할 수 있다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묵시적 계약은 서명이 아니라 행동으로 생깁니다. 대리계약을 맺지 않은 사람을 돕다가 중개사가 조금 더 나아가는 순간, 사고처럼 만들어지곤 합니다.
두 가지 관계, 중간은 없다
TRESA는 과거의 ‘고객(customer)’ 범주를 없앴습니다. RECO의 불레틴(안내 지침) 2.6은 “TRESA에는 고객이나 고객 계약에 해당하는 것이 없다”고 분명히 못 박습니다. 이제 거래에 참여하는 바이어나 셀러는 중개업소의 ‘의뢰인(client)’이거나 ‘자기대리(self-represented)’ 둘 중 하나입니다. 자기대리 당사자에게는 거래에 관한 서비스나 의견, 조언을 줄 수 없습니다.
규정은 또 대리 관계를 서면으로 남기도록 요구합니다. 구두나 묵시적으로 맺어진 대리계약도 가능한 한 빨리, 그리고 바이어가 오퍼를 내기 전에 반드시 서면으로 바꿔야 합니다. 중개업소가 이 계약서에 서명해 바이어나 셀러에게 전달하고 서명을 받아야 하며, 계약서에는 기간, 서비스 내용, 보수를 어떻게 계산하고 지급하는지, 해지 조항은 무엇인지가 담겨야 합니다.
그러나 서류가 없다고 해서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RECO의 불레틴 2.3은 서면 계약 없이 서비스나 대리를 제공하면 그 자체로 대리계약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관계는 이미 존재하고, 서류만 빠져 있는 상태인 것입니다.
묵시적 계약은 어떻게 생기나
RECO의 불레틴 2.7(묵시적 대리계약)은 중개사가 비밀 정보를 주고받거나, 거래에 관한 조언을 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소비자가 의존할 만한 판단을 내리거나, 다른 사람과 누군가를 대신해 소통·협상할 때 대리 관계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다시 말해 친절한 조언이나 가벼운 의견 하나가 묵시적 대리계약과 책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일들은 하나같이 대단해 보이지 않습니다. 바로 그 점이 함정입니다. 오픈하우스에 온 부부가 사전 승인과 임대 계약 만료일을 언급하자 “리스트가보다 조금 낮게 넣어보라”고 조언하는 경우, 예전 의뢰인의 친구가 길 건너 콘도 시세를 묻자 간단한 시세 비교를 문자로 보내주는 경우, 아직 집을 내놓지 않은 셀러가 “당신 바이어가 관심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해서 오퍼를 들고 오가기 시작하는 경우가 모두 그렇습니다. 그때마다 중개사는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의 대리인이 됐을 수 있습니다.
RECO는 중개사가 행동을 하나 더 하고 소비자가 요청을 하나 더 할 때마다 위험이 커진다고 지적합니다. 대리계약은 개인 중개사가 아니라 중개업소와 맺는 것이기 때문에, 묵시적 관계는 소속 업소까지 함께 묶습니다.
실무에서 자신을 지키는 법
다만 좁지만 안전한 영역이 두 곳 있습니다. 하나는 누구에게나 일반적인 부동산 정보를 공유하는 경우입니다. 매물에 대한 사실 답변이나 오픈하우스의 개요 자료 같은 것은 괜찮습니다. 다른 하나는 이미 거래 중인 의뢰인이 있을 때, 그 서비스에 부수적으로 다른 사람을 돕는 경우입니다. 단, 상대에게 내 전문성이나 판단에 의존하라고 권하지 않는 선을 지켜야 합니다.
TRESA는 소비자가 누가 자신을 위해 일하는지 분명히 알 수 있도록 만든 법입니다. 서면 계약이 관계를 명확히 하지만, 결국 관계를 만드는 것은 당사자들의 행동입니다. 누군가의 대리인처럼 행동하고 있다면, 이미 그 사람의 대리인일 수 있습니다. 서류와 공시, 그리고 실제 행동이 모두 같은 이야기를 하도록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캐나다에서 부동산을 사고파는 한인에게도 이 내용은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온타리오에서 집을 거래할 때, 정식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이라도 중개사와 주고받은 조언과 정보가 이미 일정한 책임 관계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한인 중개사에게 가볍게 시세나 전략을 물어보는 상황이 잦은데, 양쪽 모두 ‘친절한 조언’과 ‘대리 관계’의 경계를 알아두면 나중의 혼선을 줄일 수 있습니다. 공인중개사라면 서류와 행동이 어긋나지 않도록 평소 습관을 점검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원문: REM (Real Estate Magazine)

답글 남기기